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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주가 ‘뚝’...분기 최대 판매에도 투심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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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주가 ‘뚝’...분기 최대 판매에도 투심 위축

3분기 인도량 49만7천대 돌파…세액공제 종료 앞둔 수요 쏠림 탓 ‘단기 효과’ 지적
8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8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테슬라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방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인해 향후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3분기(7~9월)에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49만7099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43만9600대)를 크게 웃돈 수치다.

그렇지만 빼어난 차량 인도 실적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전날 거래에서 5.11% 급락했다. 이는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급등한 데 따른 조정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실적 개선이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시한인 9월30일을 앞두고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의 핵심 전기차 사업은 노후화된 라인업과 치열한 경쟁 속에 수 분기 연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스 산업 인사이트 디렉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액 공제 종료가 소비자들에게 긴박감을 줬고, 그 결과가 데이터에 반영됐다”면서 “앞으로는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SUV)와 ‘모델3’ 세단은 지난 분기 합산 판매량이 9.4% 증가한 48만1166대로 집계됐다. 반면, 모델X와 모델S 및 사이버트럭 판매는 30% 감소했다.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이른바 ‘선구매 효과’로 인해 연말에는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 CEO는 보조금이 사라진 이후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전까지 “몇 분기 동안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CFRA리서치의 개럿 넬슨 주식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이번 데이터는 과거 성과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배출권 거래 시장과 보조금 없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그리고 관련 입법 변화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 등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세액공제 종료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배출가스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수년간 테슬라의 수익을 지탱해 온 규제 크레딧 수익도 위축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테슬라가 2년 연속 연간 판매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올해 인도량을 약 161만 대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의 179만 대에서 줄어든 수치다.

다만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테슬라의 핵심 전기차 사업에서 벗어나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로보택시와 인공지능(AI) 및 로봇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테슬라 주가 하방이 견고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시각은 이들 사업이 향후 회사의 기업가치를 견인할 것이라는 머스크 CEO의 전망과도 궤를 같이한다.

벤치마크 증권의 미키 레그 애널리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시장은 단기적인 인도량 변동성을 넘어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같은 고수익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오는 22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다음 달 개최되는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머스크 CEO에게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보상 패키지를 승인할지가 결정될 예정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