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 달러 투자 약속 맞교환...5GW 아부다비 데이터센터 협력 본격화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난 5월 체결된 미·UAE 간 AI 협정에 따라 엔비디아에 수출 라이선스를 최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UAE의 대미 투자 계획을 조건으로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UAE가 미국 내에서 상당 규모의 상호 투자 계획을 구체화한 뒤 승인 절차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승인된 반도체 수출 규모와 UAE 측의 대미 투자액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5GW 데이터센터’ 협력 본격화
블룸버그에 따르면 UAE 측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엔비디아 역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미 상무부 대변인은 “상무부가 미국-UAE 간 변혁적 AI 파트너십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미 상무부의 수출 허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엔비디아 AI 반도체 판매 허가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약 5개월 전 발표된 협정의 구체적 진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협정은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5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오픈AI가 핵심 입주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협력에 대해 미국 정가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의회 일각에서 미국 외부, 특히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연계를 맺고 있는 중동 국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10년간 1조40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AI 협력의 핵심에는 UAE가 향후 10년간 미국 내에서 1조4000억 달러(약 2000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상응해 미국은 매년 최대 50만 개의 첨단 AI 칩 수출을 허용할 계획이며, 이 중 5분의 1은 아부다비 기반의 AI 대기업 지포티투(G42)에 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매체에 따르면 이번 1차 허가 물량에는 G42 물량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G42는 오픈AI와 함께 아부다비 AI 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추가 수출 허가 시점은 UAE의 구체적 투자 계획 진행 상황에 달렸으며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양국 협정에 따르면 UAE는 수입하는 칩 물량과 같은 규모의 금액을 미국 내 투자로 상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페르시아만 지역이 AI에 대한 막대한 수요와 자본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엔비디아와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2023년부터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는 해당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미국 정가의 우려 때문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