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군사·경제 밀착…AI·무인기 등 첨단 기술 흡수해 재래식 한계 극복
기존 제재 무력화에 '새로운 대화' 필요성 대두…'핵보유국 인정' 주장까지 나와
기존 제재 무력화에 '새로운 대화' 필요성 대두…'핵보유국 인정' 주장까지 나와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공조해 인공지능(AI)과 무인 무기체계로 무장하려는 북한의 군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육군 약 110만, 해군 6만~7만, 공군 11만 등 총 130만 명에 이르는 상비군을 보유한 북한이 낡은 재래식 전력의 한계를 첨단 비대칭 역량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가운데, 오랜 기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할 첨단 무기는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의 실체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북한의 위험한 질주에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기술 등에 업은 北…'AI·첨단무기'로 환골탈태
북한의 군사 도약 중심에는 러시아와의 밀착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전략 동맹 관계를 공식화한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천 명의 병력과 대규모 포탄, 미사일을 지원했다. 그 대가로 북한은 자국 군대의 질을 높여 탈바꿈시킬 수 있는 러시아의 정교한 군사 기술을 손에 쥐었다. 이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은 AI, 자동화 무기 같은 최신 군사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며 전력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대외 행보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9월 중국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은 북한의 달라진 위상과 강력한 우방의 존재, 그리고 김 위원장의 자신감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북한의 군 현대화는 특히 AI와 무인 체계,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무기로 부르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탱크,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으로 구성한 재래식 무기의 낡은 성능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꼭 필요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사이버전 등 본디 갖춘 비대칭 전력에 더해 AI 기반 첨단 무기체계 도입과 전투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며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0일 열병식은 이런 북한의 기술 수준을 뽐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열병식은 단순한 군사 과시를 넘어 미국과 동맹국에 가하는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인 위협이며 직접적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주변국의 경계심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일본은 2025년 방위백서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프로그램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받아 북한의 첨단 무기 개발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역시 북한이 AI와 무인 체계에 집중도를 높이는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이 지역 안보 구도에 심각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직접 무인 무기 공장을 찾아 AI 기반 드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등 관련 기술 확보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제재 무용론' 확산…외교적 해법 모색 시급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북한 경제에도 뜻밖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에 군수품을 수출한 덕분에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가 러시아라는 '뒷문' 탓에 사실상 힘을 잃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고 핵 개발 자금줄을 막으려던 미국 봉쇄 전략의 핵심인 금융 압박이 소용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효과와 경제 안정을 동시에 누리며 군사력을 키우고 체제를 다질 전례 없는 전략 기회를 맞았다.
이처럼 제재와 압박, 유인책을 동원한 기존의 대북 해법이 전반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비해 여전히 군사력에서 훨씬 우위에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과 군 현대화는 지역 안정과 군사 균형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틀을 깨는 방식의 대화 재개를 포함한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한 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한국 정부 역시 이를 지지하면서,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대화의 물꼬를 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단단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한반도 안정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기어리드 라이디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오히려 미국과 북한의 군축 협상 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기존 재래식 병력의 한계에도, 핵과 AI 기반 무인화 등 첨단 비대칭 군사력을 강화해 동아시아와 국제 안보에 중대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사회는 군사 충돌을 막고 균형점을 찾기 위해 외교와 협상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판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