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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독주가 민주주의 파괴”…박형준·진중권, 현 정국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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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독주가 민주주의 파괴”…박형준·진중권, 현 정국에 ‘쓴소리’

박형준 부산시장 “권력을 절제하지 못하는 정치,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
진중권 “유튜브 선동 정치와 입법 독재, 자유민주주의의 근간 흔들어”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 시사대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오른쪽). 사진=강세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 시사대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오른쪽). 사진=강세민 기자
“완장을 찬 권력들이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 시사대담 현장은 한마디로 ‘현 정국의 위기 진단’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시사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놓고 날 선 대담을 벌였다. 부산리부트청년포럼(회장 최원기)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청년 등 2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입법 독재와 완장 정치,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박형준 시장은 최근의 정치 흐름을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을 절제하는 것인데, 지금 여야 모두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이 말한 견제 원리 즉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입법부가 180석의 힘으로 국회를 독점하며 ‘입법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라며 “국회 운영의 기본 원리인 상임위 중심주의와 교섭단체 타협 구조가 붕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사법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허무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는 입법은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현 정치 구조를 ‘천박한 민주주의의 전형’이라 표현했다.

박 시장은 “다수당이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권력을 절제하며 써야 하는데, 지금은 ‘완장을 찬 민주주의’가 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진중권 “정치가 유튜브에 종속… 감정의 정치가 전체주의 부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현 정치를 ‘게임화된 민주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치가 유튜버의 선동과 강성 팬덤에 종속돼 있다”라며 “정당이 국민을 교육하기보다는 유튜브가 정치 의제를 만들고, 정치인들이 그 흐름을 따라가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진보든 보수든 이성과 상식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정치는 결국 전체주의로 향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판결 자체를 문제 삼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최근 정치권이 사법 판단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움직임을 “대단히 위험한 전조”라고 진단했다.

외교·안보와 지역 분권 논의로 확장된 대담


대담은 정치 문제를 넘어 외교, 경제,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졌다.

박형준 시장은 “미국과의 신뢰가 흔들리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여유를 잃는다”라며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명확한 외교 방향을 세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도 “균형자론은 이미 현실성이 없으며, 한미동맹이 기본 축이 돼야 한다. 다만 혐중 정서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산업은행 이전 문제를 예로 들며 수도권 집중 해소와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산업은행 이전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지역을 모르는 중앙정부 엘리트의 정책은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국가가 수직적 질서에서 수평적 질서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광역 단위의 자치단체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30세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세대로”


2030세대에 대한 진중권 전 교수의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30은 민주화 세대를 위선으로, 산업화 세대를 불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희망과 우려가 공존하는 세대가 2030이다”라며 “그러나, 민주주의의 새 패러다임은 젊은 세대의 주체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시장 역시 “부산을 잘 아는 사람이 부산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분권과 자율의 가치 위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이번 대담은 단순한 시사 토론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는 현장이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권력의 절제가 사라진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는 데 뜻을 모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정치가 이성 대신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민주주의는 게임이 된다”라고 우려했으며 박형준 시장 역시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이 준 권력을 절제하며 쓰는 것이다”라고 현 정부와 여당에 길을 제시했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