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급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12일(현지시각) 낸 분석기사에서 “기아가 미국에서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판매 호조의 배경으로 SUV 중심의 라인업, 전기차 전략,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꼽았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6만5000대를 판매하며 판매고를 전년 대비 11% 끌어올렸다. 3분기 전체 판매량도 9% 늘어나며 또 한 번 분기 기준 최고치를 세웠다. 에릭 왓슨 기아 아메리카 판매 담당 부사장은 “올해 들어 매달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연초 대비 8.9% 상승했고 매달 실적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SUV 강세와 ‘텔루라이드 효과’
텔루라이드는 3열 구조의 대형 SUV로 세련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 4륜구동(AWD) 기능을 갖추고도 가격이 3만7000달러(약 5150만 원) 이하로 책정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SUV’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아는 텔루라이드와 더불어 EV6, EV9 등 전기차 모델을 확대하며 고급·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 ‘저가차’ 이미지 벗은 브랜드 전환
기아의 미국 진출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피아, 스포티지 등을 내세웠으나 ‘저가형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후 10년·10만마일 보증제도를 도입해 신뢰 회복에 나섰고 2009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미국 첫 공장을 세우며 본격적인 현지화를 추진했다.
이어 2017년 출시된 스팅어 GT는 기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모델로 꼽힌다. 고성능 세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BMW 경쟁차’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텔루라이드·EV9 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고급화의 기반이 됐다.
◇ 미국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
기아는 독특한 광고 전략과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서도 젊은 세대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며 브랜드 호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NBA 공식 파트너십과 ‘랩하는 햄스터’ 광고처럼 유머러스한 캠페인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야후파이낸스는 “기아는 더 이상 ‘저가형 브랜드’가 아니라 품질·디자인·감성의 균형을 갖춘 경쟁력 있는 제조사로 성장했다”며 “텔루라이드와 같은 모델이 브랜드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