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내 법인 5곳을 제재한 지 하루 만에 미국 연계 선박에 대한 항만요금 부과를 전격 시행하며 한화오션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해운 갈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교통부는 미국의 ‘섹션 301’ 해운·조선 조사에 맞서 자국 산업 영향 분석 조사에도 착수했다.
◇ 한화오션, 미·중 ‘해운 보복전’의 직격점에 서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 5곳, 즉 한화 쉬핑·한화 필리조선소·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한화 쉬핑 홀딩스·HS USA 홀딩스에 대한 거래·투자·협력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이들이 “미국의 조선·해운 규제에 협조해 중국의 안보와 발전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 미·중, 항만요금 맞불…한화오션 협력망 타격 불가피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중국은 미국 연계 선박에 대한 특별 항만요금 제도를 전격 시행했다. 중국 교통부는 미국 소유·운영·건조 또는 국적 선박, 그리고 미국 지분 25% 이상 보유 선박을 대상으로 순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요금은 매년 인상돼 2028년에는 1120위안(약 22만원)까지 확대된다. 단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면제된다.
이는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소 인수 후 현지 생산기반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운영 차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국 해군·상선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 중이며 올해부터 최대 50억 달러(약 7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재가 미국 내 한화오션 법인의 자금 이동, 기자재 조달, 항만 이용까지 제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교통부는 이번 제재와 별도로 미국의 ‘무역법 301조’ 해운·조선 조사에 따른 영향 분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미국의 조사에 협력한 해외 법인·기업의 역할과 중국 조선·물류 산업의 피해 규모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 측은 “필요 시 추가 대응 조치를 준비 중”이라며 장기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 국제 해운업계 “한화오션 향후 계약 구조 재조정 불가피”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프로젝트 참여 전략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중국의 제재로 인해 한화오션이 미국 내 법인 간 자금 흐름 및 기자재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필리 조선소의 공정 지연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같은 날부터 중국 소유·운영 선박에 순톤당 80달러(약 11만4000원)의 항만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해 상호 ‘징벌 부과’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상호 과금 체계가 지속되면 글로벌 해운사들의 항로 배치와 용선 계약이 대대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오션은 현재 중국 측 발표에 대한 식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내 프로젝트 일정 조정, 대체 조달망 확보, 리스크 분산 투자 전략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