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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 파운드리, 테슬라·애플·닌텐도 연쇄 수주…'부활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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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 파운드리, 테슬라·애플·닌텐도 연쇄 수주…'부활 가시권'

테슬라 'AI5·AI6' 칩 계약 확보…TSMC 독주 깬 2나노 경쟁력
애플 이미지센서 공동개발·닌텐도 칩 공급…'빅테크' 고객사 확대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닌텐도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반도체 수주를 잇따라 확보하며 파운드리 사업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닌텐도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반도체 수주를 잇따라 확보하며 파운드리 사업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오랫동안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의 늪에 빠졌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마침내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테슬라, 애플, 닌텐도 등 세계 '빅테크' 고객사들에게서 핵심 칩 생산 주문을 잇따라 확보하며 사업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24일(현지시각) 인도 현지 매체 비즈니스 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5'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의 차세대 AI6 칩 생산 계약에 이은 추가 수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수요일(22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곧 출시될 AI5 칩은 미국 텍사스 공장의 삼성과 애리조나 공장의 TSMC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당초 이 칩은 TSMC가 독점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머스크 CEO는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AI5 칩의 공급 과잉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 잉여 칩들은 자동차와 로봇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데이터 센터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테슬라의 'AI6' 칩 생산 계약도 확보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자신의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이 테슬라의 AI6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계약의 규모는 165억 달러(약 23조 원)에 이르며, 이는 삼성전자의 2024년 예상 매출의 7.6%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삼성전자 칩 사업부 역사상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기록됐다. AI6 칩 생산은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에 시작되어 2033년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TSMC 대안' 급부상…2나노 기술력 입증


이처럼 테슬라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운드리 주문이 TSMC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고객사들은 이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SMC 외에 2나노미터(nm) 수준의 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이에 따라 더 많은 사업 기회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고객사 확대는 테슬라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애플과 차세대 이미지 센서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이곳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에 최적화된 칩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6월 출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 2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설계의 메인 칩도 삼성이 제조하고 있다.

2조 적자서 '흑자 전환'…2027년 실적 개선 기대


테슬라, 애플, 닌텐도 등 대형 고객사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상반기 2조 원대에 육박하는 분기별 손실을 기록했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3분기, 손실 규모가 1조 원대 초반으로 크게 축소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6' 스마트폰용 모바일 칩과 테슬라의 'AI5' 칩을 모두 공급하기 시작하면, 적자 규모가 1조 원 미만으로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테슬라 'AI6' 칩 생산이 시작되는 2027년 말경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