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도어락 구형 칩이 발목…0.1% 부품 없으면 '차량 제작 불가'
GM·포드 등 '빅3' 재고 비상…2021년 팬데믹 수준 공급망 대란 재연 우려
GM·포드 등 '빅3' 재고 비상…2021년 팬데믹 수준 공급망 대란 재연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협회인 MEMA(자동차·장비제조사협회)는 이같이 밝히며, 넥스페리아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2024년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윙테크(Wingtech)를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미국은 넥스페리아가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을 우려, 중국인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지 않으면 제재 명단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중국 기술 유출' 우려로, 네덜란드에 소재한 중국계 윙테크 소유의 넥스페리아에 대한 통제권을 전례 없이 장악하자,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넥스페리아의 베이징, 난징, 주하이 공장 등 중국 내 시설에서의 수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윙테크는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으며, 반도체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윙테크는 네덜란드 당국과의 충돌에 따른 잠재적 영향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자사 칩 제조 부문의 성장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주 초 네덜란드 정부의 조치가 국제 공급망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경고했으며,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향해" 중국 당국과 계속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0.1% 구형 칩이 공장 멈춘다"
MEMA의 스티브 호레이니 수석 부사장은 "이 칩 몇 개만으로도 말 그대로 전체 조립 공장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넥스페리아가 공급하는 칩이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구형(레거시) 제품이라는 점이다. 호레이니 부사장에 따르면, 이 칩들은 와이퍼를 켜거나 창문을 여는 것과 같은 단순 기능을 구동하는 데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창문 개폐, 와이퍼, 문 잠금장치 등 차량 기본 시스템용 아날로그·전력반도체 칩"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초저가 부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스페리아 칩의 비중은 한 차량 전체 칩 중 단 0.1%에 불과하나 해당 부품이 없으면 차량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이게도 구형 기술이기에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그는 "시장에 (대체 생산이 가능한) 여유 생산 능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라며 "반도체 칩은 조립 공정의 너트나 볼트처럼 간단히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품이 있기는 하나, 아마도 모든 수요를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EMA와 또 다른 업계 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은 "대체 칩 인증 시스템에도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며, 생산 품질 시험과 적합성 검증 등 절차상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하며 즉각적인 해결책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넥스페리아에서 시작된 공급망 충격은 이미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폭스바겐 AG를 포함한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번 갈등이 생산 중단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또한 넥스페리아는 이번 주 일본의 주요 자동차 고객사들에도 더 이상 납품을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는 이들 업체의 비축 재고가 소진되는 11월 중순에서 말부터 미국 내 주요 생산 공장이 '순차적 생산 중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다음 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핵심 제조 부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맞서는 가운데 터져 나와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美 '빅3' CEO 총력 대응…"정치적 해결 시급"
미국 '빅3' 완성차 업체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공장별로 미리 칩 재고를 비축해왔으나, 넥스페리아 칩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공급처는 당장 없다"며 극도의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 사안"으로 규정하며,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직접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팔리 최고경영자는 지난 10월 23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는 업계 전반의 문제"라며 "업계 전체의 4분기 생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투자자들에게 "(넥스페리아 칩 제약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배라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공급망 파트너들과 함께 잠재적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노력하는 팀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스텔란티스 NV도 이메일을 통해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완화 조치를 개발하기 위해 넥스페리아와 다른 공급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공식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대중 규제와 자체 칩 생산라인 확대" 논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단기간에 현 사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사소해 보이는 구형 반도체 하나가 수만 달러짜리 자동차 생산 라인 전체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현실화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자동차 산업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일정이 2021년 세계적 대유행 때와 유사한 대규모 생산 차질과 물량 부족, 가격 상승"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축 재고가 2~4주 내 소진된다면, 미국 내 수십 개 자동차 공장이 일시적 생산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나아가 완성차 인도 지연, 재고 축소,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2차 파장으로 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MEMA와 미국 주요 완성차사들은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정부와의 협의와 대체부품 인증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번 분기 내 대규모 생산 차질 위험은 확실하다"며, "정치적 해결이 동반되지 않는 한 혼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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