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관세' 위협 철회·'희토류 유예' 맞교환…AI·대만 등 핵심 갈등은 '미봉'
이미지 확대보기시 주석은 30일 오전 10시 30분경 전용기편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2014년 7월 이후 11년여 만의 방한이다.
회담은 오전 11시경 부산 김해국제공항 내 '나래마루'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APEC 주회의장인 경주에서 남쪽으로 약 76km 떨어진 곳으로, 한 외신은 "공항 인근 군 기지 내 파란 지붕의 작은 회색 건물"이라고 묘사하며 소박한 회담 장소에 주목했다.
먼저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렸고, 시 주석이 입장하며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등을 두드리며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고, 시 주석은 "마찬가지다"라고 짧게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친밀한 인사와 유머를 주고받으며 "성공적인 합의" 가능성을 언급,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오늘 몇 개의 합의가 최종 타결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훌륭한 합의들을 이룰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항상 그래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으며, 이제 더 많은 합의에 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준비된 발언을 통해 이견에도 불구하고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바람과 역풍, 도전이 있더라도 중·미 관계는 올바른 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서로 다른 국가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항상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때때로 마찰을 빚는 것은 정상적인 (혹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양국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비전과 함께 간다"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100% 관세' vs '희토류'…벼랑 끝 충돌 피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트럼프 행정부의 100% 추가 관세 위협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문제였다. 이번 회담은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열려 그 시급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로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재개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불을 놨다.
올해 중국은 총 30%의 신규 관세에 직면했으며, 그중 20%는 펜타닐 생산 역할과 연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관세를 145%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시장이 반발하자 철회했으며, 10월 10일에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한 보복으로 100% 수입세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10월 9일, 전투기·로봇·전기차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의 수출 제한을 강화하며 '자원 무기화'로 압박했다.
양측 모두 자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면전을 피하려 하면서, 회담 전부터 긴장 완화 신호가 감지됐다.
앞서 양국 실무진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나 사전 조율을 가졌다. 이 회동 후 리청강 중국 측 수석 협상가는 "예비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를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워크"라고 확인했다. 회담에 앞서 펜타닐 등 마약류 단속, 희토류, 농산물 등 다양한 의제에서 이미 실무 조율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러한 실무 조율을 바탕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휴전' 방안이 논의됐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은 1년 동안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유예하고, 미국은 10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는 예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의 틱톡 운영 문제, 중국산 상품 수입 완화, 미국산 대두(콩) 수출 확대 등도 합의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길에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펜타닐 상황(불법 제조)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관련 관세를 (추가)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담 직전에는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이번 회담을 'G2'라고 칭하며 양국의 위상을 인정했다.
회담은 약 100여 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정문으로 나와 짧게 대화하고 악수했으며, 시 주석이 리무진에 탑승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귀에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국 정상은 "좋은 이해"와 "전략적 신뢰"를 보였다고 전해졌으나, 구체적 합의보다는 갈등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프레임워크' 마련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미국으로 귀국했다.
시장은 '안도', 전문가는 "근본 경쟁 여전"
양국 간의 예상된 '데탕트(긴장 완화)'에 시장은 즉각 안도했다. 뉴욕 증시 등 세계 증시가 무역 안정 신호에 반색했으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 역시 양국의 대화 진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사(Rhetoric)는 우호적이었지만, 제조업 지배,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 기술 개발 등 근본적 경쟁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틱톡 미국 실체 통제 문제, 첨단 기술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만 문제 등 주요 현안은 이번 회담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 국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제안된 합의안은 우리가 일 년 내내 봐왔던 패턴, 즉 전략적 진전으로 포장된 단기적 안정화에 부합한다"며 "더 깊은 경쟁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양측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협력을 조정하며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반면 시 주석은 한국에 남아 금요일(31일) 공식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일정에 돌입한다. 시 주석은 다음 달 1일까지 2박 3일간 경주에 머물며 APEC 정상회의, 만찬, 한중 정상회담 등을 소화할 예정이며, 한국 기업 총수 및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한중 및 미중 관계, 나아가 역내 경제협력 구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D 인터내셔널의 제이 트루즈데일 최고경영자(CEO)는 "시 주석은 이번 기회에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과의 양자 및 다자 관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양국이 단기적 위기 관리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무역·안보 질서에 중대한 신호를 준 계기로 평가된다. 특히 무역, 첨단기술, 희토류 등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실질적 합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