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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중국, AI·메모리 '쌍끌이'…1~10월 IC 수출 24.7%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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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중국, AI·메모리 '쌍끌이'…1~10월 IC 수출 24.7% 급증

AI 서버가 D램 '블랙홀'…삼성·SK HBM 집중하며 공급난 심화
中 업체들, DDR4 반사이익 누리지만…HBM 등 고급 시장엔 '한계'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2025년 1월~10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급증한 1조1600억 위안(약 238조 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과 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각)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국의 총 상품 무역액은 37조3100억 위안(약 7673조 원)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이 중 수출은 22조1200억 위안(약 4548조 원)으로 6.2% 늘었으며, 수입은 15조1900억 위안(약 3124조 원)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품목별로는 IC 수출이 24.7% 급증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으며, 신에너지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자동차 수출 역시 7983억9000만 위안(약 162조 원)으로 14.3%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아세안(ASEAN) 지역이 중국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했다. 아세안과의 양자 무역액은 6조1800억 위안(약 1271조 원)으로 9.1% 늘었다. 반면, 미국과의 무역은 15.9% 감소하는 추세다.

AI발(發) 수요, 메모리 가격 전방위 자극


IC 수출의 이례적 급증은 2025년 3분기부터 급등한 전 세계 메모리 가격과 직결된다. DDR4, DDR5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 모듈 가격이 일제히 크게 상승했다.

일례로 선전 화창베이 전자 시장에서 거래되는 16GB DDR4 메모리 모듈 가격은 420위안을 넘어서며 두 배로 뛰었고, 삼성의 1TB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가격 역시 한 달 만에 두 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가격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서버 수요 급증에 따른 재고 확보 움직임을 지목한다. AI 서버는 통상 기존 서버보다 약 8배 많은 D램을 소비한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세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전 세계 월간 D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 역량을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기존 DDR 제품의 공급은 줄었다. 이와 함께 낸드 플래시 생산량은 감소한 반면 후방 산업 재고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공급 압박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압박은 PC,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자 가전제품 전반의 비용 상승이라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5년 광군제 쇼핑 행사 기간의 PC 조립 비용은 2024년보다 약 30%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기기 업그레이드를 주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中 기업, '기회와 한계' 명확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은 중국 본토 제조사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메모리 제조사인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는 DDR4 생산 능력 가동률을 약 9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YMTC)는 자사 중고급형 '즈타이(ZhiTai)' SSD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애플리케이션이 주도하는 현재의 성장은 AI 관련 고급 메모리(예: HBM, DDR5) 같은 고급 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짧은 기간 안에 세계시장 경쟁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반도체 수출은 2025년 들어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AI용 고급 메모리 시장의 경쟁력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현재의 수출 증가가 국내 제조 역량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