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2100억 달러 투자…AI 칩 생산기지 '각축'
"아시아식으론 실패"…대만 공급망, '현지화' 고군분투
"아시아식으론 실패"…대만 공급망, '현지화' 고군분투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애리조나주가 TSMC와 인텔을 필두로 한 거대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밀려들며 '실리콘 사막'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대변혁의 중심에 섰다. 인공지능(AI) 붐과 국제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한때 불모지였던 피닉스 사막은 이제 미국 반도체 부활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술 중심지'로 탈바꿈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혁명의 중심에는 대만 기업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자리 잡았다. 유나이티드 인티그레이티드 서비스(UIS)의 C.M. 라이 사장은 몇 년 전 은퇴를 준비하던 중 회사의 첫 미국 사업을 이끌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TSMC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주요 고객사로 둔 UIS는 당시 TSMC의 피닉스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 발맞춰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라이 사장은 도전을 받아들였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그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운영 비용, 각종 허가 획득 대기 시간, 그리고 다른 지역의 설계 청사진에 요구되는 세부 사항 수준을 과소평가했다"며 "2023년만 해도 이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라이 사장은 미국 경험의 핵심 교훈으로 현지화의 중요성을 꼽았다. "다른 곳에서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복사하려 하기보다는, 현지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곳에서 아시아식 경영 스타일을 복제하고 강요하려 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사장의 팀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공급업체 직원들은 피닉스의 TSMC 건설 현장 옆에 마련된 이동식 사무실, 이른바 '트레일러 도시'에서 수년간 사실상의 합숙 생활을 감내했다. 초기에는 극도로 긴 근무 시간에 시달렸지만, 공급업체 간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
UIS의 토마스 리우 프로젝트 매니저는 "오전 5시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5시경 현장 작업을 마치고, 저녁 8~9시까지 다음 날 업무를 논의하곤 했다"며 "20대 젊은 엔지니어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잠드는 것을 보며 모두가 얼마나 지쳤으면서도 헌신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첨단 반도체 공장의 하이테크 시설과 클린룸 건설에는 막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가스, 화학물질, 물을 위한 파이프라인 설치부터 장비 배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부 사항이 생산 효율과 수율에 직결된다. 건설 경력 20년이 넘는 UIS의 빈센트 머리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는 "처음에는 모두가 자기 작업부터 끝내려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UIS는 복잡한 일정 문제와 부품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창고를 마련하고 현지 공급업체를 추가 발굴했으며, 애리조나 현지 인력 380명으로 팀을 대폭 확장했다.
TSMC는 애초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 1개로 시작했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현재 애리조나 투자액을 1650억 달러로 높이고, 첨단 반도체 제조, 칩 패키징, 연구개발(R&D)을 아우르는 최소 8개의 시설을 계획 중이며 추가 확장 가능성도 열어 뒀다.
한때 사와로 선인장과 용설란(아가베) 식물만 드문드문했던 노스 피닉스 부지는 3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심지로 변모했다. 이곳에서는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프로세서용 첨단 칩이 생산되고 있다. 매일 평균 5000~6000명의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되며, 앞으로 1만 2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불모지' 사막에 2100억 달러…TSMC·인텔 '속도전'
애리조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은 TSMC만이 아니다. 남쪽으로 50분 거리인 챈들러에서는 인텔이 1980년대 가동을 시작한 오코틸로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이곳에서 1.8나노미터(18A) 공정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인텔의 케빈 오버클리 파운드리 서비스 총괄은 "미국에서 세계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만들게 되어 대단히 자랑스럽다"며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미국 고객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고객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리조나 상무국(ACA)에 따르면, 2020년 이래 애리조나는 2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와 약 2만 5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60개 이상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ACA의 빅 나루시스 수석 부사장은 "애리조나에는 반도체 관련 사업장이 600곳이 넘는다"며 "미국 최대의 반도체 집적지를 의도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피닉스의 케이트 갈레고 시장도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수도, 폐수, 도로 기반 시설에 2억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며 "노스 피닉스에 토지를 확보하는 등 도시 전체를 계획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생태계는 남쪽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카사그란데에는 TSMC 공급업체인 창춘 그룹이 주요 주간(Interstate) 철도 노선을 따라 미국 첫 최고급 칩 소재 공장을 짓고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올해 최종 인증 기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해 온 고순도 화학물질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현장을 지휘해 온 창춘(애리조나)의 캘빈 수 사장은 "현지 규제 이해부터 공장 설계 현실화까지 상당한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지만, 시설이 활기를 띠는 것을 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만8000개 규정 신설"…'현지화'의 비싼 대가
그러나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은 거대한 도전이다. TSMC 스스로도 인력 부족, 장기 허가 절차, 불완전한 현지 공급망에 따른 비용 증가와 프로젝트 지연을 인정했다.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피닉스에 반도체 시설 규정을 만들기 위해 현지 관리들과 협력할 전문가 고용에 약 35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정 약 1만 8000개를 함께 만들었다"고 밝혔다.
UIS의 리우 프로젝트 매니저 역시 "작은 구역의 송전 검사가 하루면 끝날 줄 알았는데 3개월이 걸렸다"며 "현지 관리들과 함께 배우며 현재의 절차와 표준을 개발했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LCY 케미컬, 켄토-PPC, 솔베이 등 일부 공급업체는 비용 급증으로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으며, UIS와 마크테크 인터내셔널 같은 건설사들은 수년간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TSMC는 해외 확장 비용 증가를 이유로 5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공정 가격 인상을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AI 투자 열풍과 공급망 현지화 추세는 투자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7~9월 TSMC 전체 매출에서 미국 고객 비중은 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UIS와 마크테크의 시장 가치는 연초 대비 60% 이상 급증했으며, 투자를 보류했던 LCY도 애리조나 시설 건설을 재개할 준비를 마쳤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7년부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브래디 왕 분석가는 "공급망 중단 우려가 현지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TSMC 공급업체들은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글로벌파운드리스, 마이크론 등 다른 미국 칩 제조사에도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리조나의 반도체 소재 유통업체 탑코 사이언티픽의 스테이시 양 이사는 "미국 투자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기가 있었지만, 새로운 투자 약속의 물결에 힘입어 자신감과 열정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제 공급업체들은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애리조나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선릿 케미컬은 자체 시설이 없는 쾅밍 엔터프라이즈의 자재를 자사 창고에 보관하며 돕고 있다. 쾅밍은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등급 황산을 독점 공급하지만, 현지 시설이 없다. 탑코 사이언티픽 역시 중소 공급업체들의 해외 확장을 돕는 '공급망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레이저 인더스트리얼의 조 추 사장은 "아시아나 대만과 달리 해외 시장은 공급망이 파편화되어 있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흐름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며 50명 규모의 초기 전략팀을 2027년까지 1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미래 투자 규모를 볼 때 미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칩 패키징 장비 제조업체 갤런트 마이크로 머시닝의 프랭크 량 회장도 애리조나 첫 방문을 마친 뒤 "국제로 나아가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라며 "다음의 큰 기회는 해외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내에서는 자국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 해외 투자 때문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산업 공동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UIS의 라이 사장과 같은 업계 베테랑들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대만은 장기적으로 토지, 전기, 인재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해외 확장을 현지 경제의 공동화로 볼 것이 아니라, 대만이 해외로 영향력과 역량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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