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무지관'은 지난 6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무용계와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호평을 얻은 공연으로써 이번에는 밀양 시민과 함께 다시 한번 감동을 나눈다. 김은희는 밀양 출신 춤꾼으로서 고향의 춤을 복원하고 전승하는 사명과 자부심을 가지고, 1988년부터 38년간 밀양검무보존회를 이끌며 '밀양검무'를 알려왔다. 어린 시절 기생 할머니에게 배운 춤을 기억해 내고 '응천교방굿거리'를 복원하는 등 밀양 춤의 특색을 이음하고 있다.
'일무지관'은 '응천교방굿거리춤', 운심이 웹툰, '밀양검무', 박금슬 선생님 말씀 영상, '박금슬류 살풀이춤', 우 봉 이매방 선생님 말씀 영상, '이매방류 살풀이춤', '운초 김은희의 춤길' 애니메이션, '김은희 즉흥무', 김은희 승무 메타버스 영상, '이매방류 승무', '운초북놀음'으로 구성된다. 스승 박금슬과 이매방에게 사사 받은 전통춤을 보존·계승하며, 우리 춤의 움직임 원리를 탐구하여 현재까지 춤 하나로 일생을 관통하며 만사를 꿰뚫는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공연은 밀양검무보존회의 '밀양검무'와 '응천교방굿거리'를 통해 조선시대 '밀양교방'의 실제와 밀양 춤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확인하며, 박금슬류 살풀이춤과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동시에 무대에 올려 각 춤의 특징과 색깔을 비교 감상하게 한다. 아울러 박사학위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이매방류 승무'의 점·선·원의 원리를 메타버스 영상을 활용해 끊임없는 에너지 순환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현대감이 살아나는 전통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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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일무지관 一舞之貫'의 구성을 살펴본다. 12장으로 구성된 춤은 각 장의 질감을 살리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응천교방굿거리춤'(출연_김은희 외) : 응천교방에서 춤의 기본으로 추어진 춤으로 경상도 특유의 투박함과 담백한 멋을 절제된 춤사위로 표현한다. 음악은 장구, 대금, 구음만으로 구성하여 단조롭지만, 각각의 소리에 더욱 집중하며 소리의 여백은 춤 호흡으로 메꿔진다.
김은희는 어린 시절 춤이 너무 배우고 싶어 엄마가 데려가 주신 동네 老 기생 할머니께 춤과 장구를 배웠다. 기생 할머니는 춤을 가르치시면서 “밀어라, 당겨라, (호흡을) 먹어라, (몸을) 배겨라, 비벼라.” 등의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모두 경상도 특유의 투박함과 담백한 멋, 절제하면서도 자유롭고 즉흥적인 춤의 특징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기생 할머니께서 해주신 말씀과 춤사위를 떠올리며 밀양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응천교방굿거리춤'을 복원하였다.
이 작품은 1992년 밀양예총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의상은 조선 후기 기녀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미인도’에 나오는 모습을 재현하여 큰머리를 쓰고, 회남색 치마에 미색 저고리를 입는다. 춤이 시작되기 전 응천교방 기녀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재현하여 관객들이 과거로 돌아간 듯 교방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운심이 웹툰’ : 조선 영조 시기 활동했던 밀양출신 기녀 운심의 일생을 다룬 웹툰 만화 '운심이'(가제)의 일부 내용을 관객들에게 선공개한다.
'밀양검무'(출연_빈주연, 노한나) : 두 명의 무용수가 양손에 긴 칼을 들고 날렵한 춤사위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끝나는 무술적 성격을 지닌 쌍검무이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여 춤추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영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조선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밀양 기녀 운심(雲心)으로부터 이어져 온 '밀양검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검무기(劍舞記)'(1769)에 운심의 제자들이 추는 모습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박금슬 선생님 수업 영상’ : 김은희는 1968년 밀양여중 3학년 재학 시절 '밀양아리랑' 원형 발굴을 위해 박금슬 선생께서 안무한 작품으로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하면서 선생과 인연을 맺고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박금슬 선생께서 직접 설명하는 우리춤의 원리를 영상으로 만나본다.
'박금슬류 살풀이춤'(출연_김은희) : '춤동작' 기본의 상·중·하체 동작, 전체 동작, 굿거리춤, 입춤을 모두 익힌 뒤, 기본 동작들을 응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즉흥성을 더하여 살풀이장단 음악에 맞춰 추는 살풀이춤으로 수건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추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다. 선생의 저서 '춤동작'에는 살풀이춤에 대하여 ‘신에 호소하듯이 음과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서 우러나온 바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작품은 기본에 충실하지만, 박자를 밀고 당기며 즉흥적 요소가 돋보이고, 서서히 고조되는 무용수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춤이다. 또한 묵직한 호흡으로 굵은 선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고 극장 무대에 맞게 정면 지향적으로 짜여, 여성적이며 섬세하고 원형 무대 춤인 이매방류 살풀이춤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특히 앉아서 엎드려 추는 부분은 무용수의 감정이 최고조로 이르러 서민들 삶의 애환과 한을 표출하듯 호소력 짙은 춤동작이 매력이다.
‘우봉 이매방 선생님 말씀 영상’ : 10년 전에 타계한 국무(國舞) 우봉 이매방 선생께서 설명하는 우리춤의 특징을 영상으로 만난다. “내 맨 첨은 '입춤' 들어가서 입춤, 아니 저 허튼춤. 허튼춤을 배우고 그 담에 인자 완전히 되믄 몸에 인자 기본이니까 모든 것이 몸에 그것이 스며들어서 받아들이고 인자 익숙하믄 장삼, '승무' ... 그때는 장삼 없응께, 저 한삼을 맨들어서...” “'검무', '승무'는 법무 아니야? 그것은 법, 법으로 정해 옛날부터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법무라 그랬지.”
“'살풀이'는 일종 즉흥무거든, 인자 '검무', '승무'는 법무 아니야? 그것 띠믄 그 인자 춤에 입소하고 그러믄 자기 멋, 자기 감정, 자기 표현, 자기 가락을 즉흥적으로 맨들어서 그 즉흥적으로 추는 거 그게 즉흥무여 그것이.” “내 춤은 방안 춤으로 무대화되어서 사선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서남북을 향해 추는 것이지. 사방으로 손님이 있으니까, 모두를 보면서 하지. 옛날 춤 그대로 하지. 내 춤은 공간이 좁아, 무대에 2층 무대를 만들고 병풍을 세워서 무대를 좁히지. 무대가 넓잖아. 그러면 춤이 죽지.” '하늘이 내린 춤꾼 이매방 평전' 中에서
'이매방류 살풀이춤'(출연_김은희) : 국가무형유산인 이 춤은 남도살풀이장단의 맺고 풀음의 특성이 잘 드러나며 긴 흰 수건을 당기고 채고 걸치면서 한이 담긴 살풀이의 음률을 타고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춤사위로 음양의 이치에 따라 순리대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이매방 선생께서 2002년도에 명인명창 공연에서 추신 작품 순서를 그대로 재현하여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원형을 살풀이 132장단-자진굿거리 64장단-마무리살풀이 10장단으로 구성된 작품을 악사들의 즉흥시나위 연주에 맞춰 원형무대 구성의 춤 길이 잘 드러나는 살풀이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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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운초 김은희의 춤길 영상’ : 춤꾼 김은희가 어린 시절 밀양에서 처음 춤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두 스승과의 만남과 이별, 두 스승의 춤 길을 올곧게 이어받고, 밀양검무를 복원, 우리춤 움직임의 원리를 계승 및 보전을 실행하고 있는, 전통예인 운초 김은희의 춤 길을 AI와 접목한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한다.
'김은희 즉흥무'(출연_김은희) : 태평소 시나위와 사물 음악에 맞춰 굿거리-엇모리-자진 굿거리장단으로 구성한 진행에 따라 정적이면서도 동적이고,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우리춤의 정중동의 특징과 내고 달고 맺고 푸는 기경결해, 태극 음양으로 순환하는 에너지의 흐름 등이 잘 드러나는 춤, 김은희의 인생과 춤추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도입부 굿거리에서는 자유분방하고 호탕함, 중반 엇모리장단에서는 발디딤 기교로 쉼 없이 달려온 춤 인생의 여정, 후반 자진 굿거리에서는 춤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환희의 감정, 마지막은 무대 뒤로 걸어가며 계속되는 춤 인생을 표현한다.
‘김은희 승무 메타버스 영상’ : 무대 위에 어둠으로 깔리고 메타버스 영상으로 한 점 빛이 생기는 순간에 무(無)의 공간이며 혼돈(混沌)의 공간이 펼쳐져 카오스를 연출한다. 카오스에서 시작된 한 점(點)에서 빅뱅 우주가 만들어지며, 우주의 태극과 음양의 흐름을 만트라 & 메타버스 영상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하였다. 메타버스 영상 속 현실을 초월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한 점으로 승무가 탄생하고, 승무를 추면서 점에서 회전하며 선이 원으로, 원에서 태극으로 변화되며 수억 순환의 원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존재를 위한 혼란의 시간 속을 휘돌아 감는 느낌을 구체화한다.
'이매방류 승무'(출연_김은희) : 국가무형유산 승무는, 민속춤의 정수(精髓)라 할 만큼 한국춤의 모든 기법(技法)이 집약되어 있으며 품위와 격조 높은 예술형식의 무작(舞作)으로 평가된다. 승무는 가장 낮고 작게 움츠린 자세, 점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점 장삼의 흩날림으로 선이 확장되고 그 기운이 원으로 회전하며 하늘까지 닿게 된다. 이러한 점-선-원의 원리로 원이 완성될 때 춤 길의 에너지는 원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양(陽)과 안으로 잡아당기는 음(陰)이 꼬리를 물고 계속 순환하며 태극 음양을 나타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승무를 추는 만트라와 메타버스 영상, 무대 바닥의 태극조명고보 등의 활용을 통해 점-선-원의 원리를 시각화해 우리 춤의 과학적이고 경이로운 춤의 세계로 안내한다.
'운초북놀음'(출연_빈주연 외) : 별달거리-터벌림-엇모리-자진모리-휘모리 장단을 세 개의 북으로 연주하며 다양한 리듬에 음악적 요소와 춤이 가미된 김은희의 안무작이다. 흥겨운 가락과 깊은 울림의 북소리는 신명과 환희를 선사한다. 무용수들은 북의 강약과 호흡에 따라 몸의 결을 달리하며,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북춤의 에너지는 전통의 맥을 잇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일무지관 一舞之貫'은 한 예인의 춤 인생이 응축된 무대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김은희는 평생을 춤 하나로 관통하며 스승의 정신을 이어받고, 밀양 춤의 본질을 시대의 언어로 되살려냈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우리 전통춤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삶과 숨결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춤의 본질로 세계와 소통하는 예인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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