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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건설의 심장, 설계는 허점·계약은 편중…구조적 리스크 안고 가는 국가철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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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건설의 심장, 설계는 허점·계약은 편중…구조적 리스크 안고 가는 국가철도공단

국가철도공단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가철도공단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속철·일반철·광역철도망 건설과 관리를 맡는 국가철도공단이 철도 건설 재원을 대부분 특수채 발행 등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빚으로 움직이는 SOC 공기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설계 허점과 계약 편중 문제가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조직 문화와 책임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국가철도공단의 재무정보를 보면 공단은 2024년 개별 기준 매출 2조90억 원, 영업이익 7042억 원, 당기순이익 1563억 원을 기록했다. 자산은 19조5084억 원, 총차입금은 19조3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무 수치는 탄탄해 보이지만 구조는 녹록지 않다. 2023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311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자산 평가이익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고, 차입금 의존도는 2024년에도 99% 안팎에 머물렀다. 사실상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막대한 특수채 발행과 부채로 철도 건설 투자를 떠받치는 구조라는 것이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분석에 따르면, 공단은 2024년 기준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7042억 원, 당기순이익 1563억 원을 기록했으나, 총차입금 19조 원대와 차입금 의존도 99% 내외라는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 신규 고속철도와 광역철도, 기존선 개량 등으로 매년 4조~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선로사용료·임대료·이전수입 등으로 이자비용을 간신히 감당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 심사·심의 부실과 특정 업체로 쏠린 수의계약, 사업 지연·추가 공사비 논란은 단순한 내부 관리 문제를 넘어 국가 재정과 공채 시장, 철도 이용자의 안전과 요금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거대한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의 설계·심사 체계다. 감사원은 2024년 SOC 철도 건설사업관리 감사에서 평택~오송 2복선화, 대전북연결선 등 3개 사업의 실시설계 심사·심의가 부실해 열차 운행이 감축되거나 예산 낭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송역 인근 과주 여유거리 부족, 운행선 축소 가능성 등이 감사 결과에 포함됐고, 공단 직원이 방재 설비를 빼기 위해 문서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단은 “지적을 수용해 평택~오송 용량 확보 방안 용역과 대전북연결선 4선 유지 재설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설계·심사 전 과정에 대한 재점검 요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약 관행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22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빌딩자동제어장치 구매액 10억8506만 원 중 81.1%인 8억8006만 원을 한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 업체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책상·회의용 탁자 등 목공 가구만 등록돼 있고, 빌딩자동제어장치 관련 품목이나 특허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맞춤형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폐침목 처리·재활용 용역도 2016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48건 중 22건(46%)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고, 나머지 입찰도 A·B 두 업체가 대부분을 수주해 독점 구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48건 중 12건은 준공가가 낙찰가보다 늘었고, 일부는 45%(5억 원 이상)까지 증가해 가격 경쟁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공단은 경영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 지적을 수용해 설계·심사 절차와 계약 제도를 개선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철도 건설의 심장부에서 반복해서 드러난 설계 허점과 계약 편중 문제를 감안하면, 일부 매뉴얼 보완을 넘어 조직 문화와 책임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철도 건설의 심장인 국가철도공단이 설계 검증과 계약 공정성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그 리스크는 결국 열차 이용자와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