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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 구두개입도 힘 못 써… 한은 ‘매파 회귀’ 속 1500원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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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 구두개입도 힘 못 써… 한은 ‘매파 회귀’ 속 1500원 공포 확산

미 고용지표 호조·엔화 약세 겹치며 달러 강세 지속
고환율 장기화 땐 수입물가·자금시장 압박 불가피
한은, 금리 인하 문구 삭제…‘동결 장기화’로 기조 전환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800대에서 장을 마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473.6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800대에서 장을 마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473.6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고 달러 강세가 재점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1500원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 약세 압력이 거세지자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환율 방어에 안간힘이다.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으로 일시 진정됐던 환율 상승세가 하루 만에 되살아난 것은 우리나라 경제 체질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500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는 3.9원 오른 1473.6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75.2원까지 치솟으며 1480원대를 위협했다. 지난주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으로 일시 진정됐던 환율 상승세가 하루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시장 전망치(21만5000건)를 크게 밑돌았다.

고용시장의 견조함이 확인되자 달러 인덱스는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인 99.4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일본 엔화 약세가 겹치며 원화의 낙폭을 키웠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930원을 돌파했고, 엔·달러 환율은 여전히 158엔대 고평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환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올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5회 연속 동결했다. 표결은 만장일치였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되 금융 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사실상 연내 인하 사이클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회의는 기승전 환율이었다”면서 “고환율이 물가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히며 한은이 매파적 스탠스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이번 동결의 중요한 이유였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펀더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이는 수급 왜곡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상승이 경기 체력 저하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실제로 한은이 대응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개입을 통한 단기 안정 외에는 없다”면서 “1500원 이상 고환율이 1~2분기 지속되지 않는 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인상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IBK투자증권은 이번 상황의 배경으로 미 연준과 일본은행의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를 지목했다. 미국은 1분기 한 차례 인하가 가능하지만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3%로 상향 조정하면서 연준 내부의 매파 성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어렵고, 이는 곧 금리 인하 명분을 약화시킨다. 반면 일본은행은 상징적으로 1%대 금리를 시도할 수 있지만, GDP 대비 180%에 이르는 정부 부채와 경기 둔화로 추가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다.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와 금리 인상이 엇박자를 내면서 엔화 약세가 쉽게 진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적 엔저는 한국 수출기업의 단기 경쟁력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외환시장 불안과 자본유출 압력을 키우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의 결정이 ‘중립에서 매파로 이동한 회의’라고 입을 모은다. 성장률 상향 조정과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수도권 부동산 과열과 환율 급등이 금리 인하 여지를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평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의 불완전한 금리 인상이 맞물려 단기간 원화 강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원화는 달러와 엔 모두에 대해 상대적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