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오픈AI 동맹 균열설에 기술주 급락… 5일간 코로나19 이후 최대 폭락
전문가들 "AI 인프라 투자 부하 한계점 도달, 비테크·실물 경기 수혜주로 분산해야"
전문가들 "AI 인프라 투자 부하 한계점 도달, 비테크·실물 경기 수혜주로 분산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4일(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 증시의 S&P500 소프트웨어 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며 전체 지수 대비 5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1%, 나스닥 지수는 1.51%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오픈AI 결속 균열… 1조 달러 투자비 압박에 '휘청'
시장 불안의 핵심은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대 자본의 흐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Nvidia)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제공하기로 한 최대 1000억 달러(약 146조58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요구하는 투자금 조달이 늦어지면서 두 공룡 기업의 협력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올해 하반기까지 자금을 지원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픈AI가 향후 1조 달러(약 1466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의 작은 잡음조차 'AI 거품론'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된 탓이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대표는 지난 3일 "AI 경쟁이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 간의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출 확대가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클로드의 진화,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위협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실무 영역을 대체하는 AI 모델의 등장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출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클로드 리걸(Claude Legal)'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법률 상담과 협업 관리 등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점유하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톰 에세이 세븐스 리포트 대표는 "AI가 대규모 기술 부문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면 이는 지수 전체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AI로 얻는 효율성 개선보다 기존 기업들의 이익 감소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정보기술(IT) 섹터의 40%를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업종은 클로드와 같은 차세대 AI 모델의 등장으로 대체 가능성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케빈 뎀터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소장은 "과거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호재였다면, 이제는 산업 파괴와 대규모 해고, 신용 경색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는 악재로 변했다"며 "AI 모델의 업데이트 소식이 주요 경제 지표만큼이나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몰빵 위험"… 반도체 장비·실물 경기 수혜주로 눈 돌려야
전문가들은 이제 '빅테크 필승론'에서 벗어나 투자 포용력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것과 달리, 반도체 장비나 실물 기반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피처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크리스 세닉 울프 리서치 분석가는 "지금의 조정은 소프트웨어 분야가 겪는 'AI 공포'의 결과"라며 "가격이 낮아진 AI 관련 반도체 종목과 소비재 섹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 야데니 대표 역시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은 기업 간의 경쟁에서 한 발 비껴나 있어 수요 확대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톰 에세이 대표는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과 산업재, 금융, 소재, 에너지 등 경기 순환 업종을 추천했다. 그는 "지난해 말 확인했듯 경제 성장만 뒷받침된다면 기술주가 약세를 보여도 나머지 시장은 견딜 수 있다"며 "챗봇 너머의 실물 경제에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K-반도체, AI 단기 고점 논란 속 ‘HBM 필승론’ 넘어 수익성 증명 시험대
글로벌 AI 투자 열풍이 ‘속도 조절’ 국면에 진입하면서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도 깊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간의 결속력 약화 조짐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누려온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와 ‘프리미엄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시장의 관심이 단순한 인프라 확충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AI 수익 창출’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압도적 주도권을 바탕으로 AI 서버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 대비 회수 속도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단가 협상력(Bargaining Power) 유지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서두르는 동시에, 스마트폰과 PC 등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공략해 범용 메모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되었다.
에드 야데니 대표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여전히 필수적인 노릇을 하고 있으나, 제조사들은 고객사인 빅테크의 투자 여력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처지"라고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AI 거품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특정 고객사에 치우친 HBM 의존도를 넘어, 하반기 실물 경기 회복과 맞물린 PC·모바일용 메모리의 견고한 수요 반등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나아가 AI 서비스가 실제 기업 이익으로 연결되는 ‘수익화 모델’이 안착해야만 메모리 반도체의 추세적 상승세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