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투자매력도 세계 최고 수준, 대만·중국 제쳐…금융주·자사주 소각이 다음 상승 동력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만·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올해 미국 투자기금의 신흥국 투자 자금 유입이 월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이 핵심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3조 원 순매수, 블룸버그 "한국 덕에 아시아 지수 최고치"
지난 12일 코스피는 5522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외국인은 이날 3조15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1조3697억 원을 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시 영향으로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가 0.7%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3%로, 같은 기간 1.4% 상승에 그친 미국 S&P500을 크게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나타나는 '탈미국' 흐름을 함께 들었다.
삼성전자는 주가 18만 원을 넘기며 시가총액 10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연초 대비 상승률은 30%를 웃돌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한국 증시가 이처럼 빠르게 오르는데도 여전히 '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은 이익성장 속도와 가치평가 사이 간극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코스피 이익성장 전망치는 83%에 이르지만,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수준에 그쳐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이익성장비율(PEG)은 0.43으로, 내년 0.83 수준까지 높아지더라도 세계에서 여전히 가장 저평가된 구간이다.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가 아시아 증시 전반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12일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돌파한 가운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지수는 한국·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주식시장 흐름을 종합한 글로벌 대표 지역 주가지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 243조~322조…반도체가 끌고 정책이 밀고
이익성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약 148조 원이다.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노무라증권은 메모리 호황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243조 원, 322조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이 실제로 322조 원 영업이익을 내면 시가총액 세계 1위인 엔비디아는 물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를 포함해 세계 상장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벌게 된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도 올해 189조 원, 내년 267조 원으로 제시됐다. 두 기업의 올해 순이익 증가분이 코스피 상장사 252곳 전체 순이익 증가분의 82.5%를 차지한다.
정책 쪽 촉진제도 강하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가동한다. MSCI 선진국지수는 글로벌 투자기금 자금이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다. 이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외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최대 75조 원 규모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목표치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5650, 유안타증권은 최고 시나리오에서 6000선 돌파를 제시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현재의 시장을 1980년대 '3저 호황'과 유사한 '40년 만의 대세 상승장'으로 규정하며, 장기적으로 75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 역시 지난 2월 초 보고서를 통해 기본 목표치를 6000으로 상향하고, 강세 지속 시 7500까지 열려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주 자사주 소각 2조 6000억…반도체 쏠림 넘어설 다음 카드
반도체 쏠림 우려를 보완할 다음 촉진제로는 금융주 재평가와 자사주 소각 확대가 꼽힌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합산 2조62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KB금융이 약 1조 원으로 가장 컸으며, 신한지주 9000억 원, 하나금융지주 5500억 원, 우리금융지주 150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6338억 원어치를 새로 취득해 향후 추가 소각 및 주주 보상을 위한 재원으로 확보했다. 현금배당도 50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1% 늘었다.
재평가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11일 KB금융이 국내 은행주 최초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돌파하며 '만년 저평가'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증권가에서는 은행 평균 PBR은 0.69배에 불과하며, 대형 은행주가 PBR 1배를 밑도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당초 2027년 목표였던 주주환원율 50%를 올해 내 조기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6일 예정된 배당에서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 비중을 높여 개인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을 높일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감액배당 등 제도 혜택이 겹치면서 올해는 은행주가 국민주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2월 들어 외국인은 반도체에 이어 금융주를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이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로 금융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법안에 따라 코스피 주식수가 해마다 1%씩 줄어들 것이라며 가치평가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정부가 자사주 소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의 세부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상법 개정안 통과 전에도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게 하는 '당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경계해야 할 변수도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38%를 차지하는 쏠림 구조, 환율 변동성, 글로벌 관세 위험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점이 2월 말~3월 초로 밀리면서, 추가 상승 동력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투자자들은 항상 모두가 낙관할 때라도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구조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방산주들이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MSCI 한국 지수 내 비중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다. 반도체가 쉴 때 방산이 지수를 방어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반도체 한 축에 기대기보다 금융·방산·자동차 등으로 상승 동력이 확산돼야 지수의 체력이 유지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코스피 5500 돌파 이후 미국 주식으로 떠났던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다시 한국 시장으로 자금을 돌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최근 일주일 사이 급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