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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RAM) 품귀 대란으로 스마트폰·PS6·냉장고까지 값 오른다...종착지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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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RAM) 품귀 대란으로 스마트폰·PS6·냉장고까지 값 오른다...종착지는 어디?

AI 데이터센터, 세계 웨이퍼 25% 독식…D램 1분기 계약가 55~60% 급등
삼성·SK하이닉스 영업이익 200조 원 넘을 전망, 소비자는 '가격 폭탄' 직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55~6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세계 실리콘 웨이퍼 생산 능력의 영구적·전략적 재배치로 규정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55~6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세계 실리콘 웨이퍼 생산 능력의 영구적·전략적 재배치"로 규정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지금 손에 쥔 스마트폰 가격표를 기억해두는 편이 좋다. 올해 안에 그 숫자가 20% 이상 뛸 가능성이 크다. 범인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관세전쟁도 아니다. 바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를 통째로 빨아들이는 '공급 블랙홀' 현상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IT 전문매체 더 버지의 션 홀리스터 선임 에디터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램(RAM·임의접근 기억장치) 공급난의 실태와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본지는 이 보도를 토대로 국내외 최신 데이터를 추가해 전체 파장을 짚었다.

AI 프로젝트 하나가 세계 웨이퍼 25%를 쓸어간다


홀리스터 에디터는 NPR 인터뷰에서 "오픈AI 같은 AI 기업에서 진행하는 개발 프로젝트 하나가 전 세계 램 웨이퍼 공급량의 20~25%를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메모리 칩이 필요한 제품들은 원재료 조달 가격을 3~6배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치는 이미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55~6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세계 실리콘 웨이퍼 생산 능력의 영구적·전략적 재배치"로 규정했다. 트렌드포스의 아브릴 우 수석 부사장은 "메모리 업계를 20년 가까이 추적해 왔는데, 이번은 정말 다르다. 지금이 가장 극단적인 시기"라고 말했다.

2021~2022년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자동차 한 대당 생산 비용을 수백만 원 끌어올렸던 것처럼, 이번 메모리 공급난은 생활 밀착형 전자기기 전반으로 충격파를 퍼뜨리고 있다. 다만 당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수요 주체다. 차량용 대란은 코로나19 이후 일시적 생산 차질이 원인이었지만, 이번 공급난은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라는 구조적 수요에서 비롯된 만큼 해소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PC·스마트폰에서 병원 장비·농업용 트랙터까지


가격 충격은 이미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홀리스터 에디터는 "500달러(약 72만 원)짜리 스마트폰 재료비의 15~20%가 메모리 비용"이라며 "올해 안에 그 스마트폰이 600달러(약 86만 원)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레노버는 이미 올해 1월 PC 가격을 최대 15% 올렸고, 델도 같은 수준의 인상을 단행했다. HP 최고경영자(CEO) 엔리케 로레스는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HP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IDC는 올해 PC 평균 가격이 최대 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홀리스터 에디터는 "밸브 코퍼레이션이 가정용 게임 콘솔 출시를 연기하고 가격전략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처지"라면서 "소니도 차기 플레이스테이션 출시를 2029년으로 미룰 수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 모뎀과 가정용 공유기 등 네트워크 장비에 쓰이는 특정 메모리 가격은 7배까지 뛰었다.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더 넓다. 그는 "스마트 냉장고, 병원 신규 장비, 일부 농업용 트랙터에도 메모리가 들어간다"면서 "메모리를 품은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팹 가동은 2028년 이후…AI 수요의 끝은 모른다


메모리 기업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홀리스터 에디터는 "팹 건설에는 수년이 걸린다"면서 "일부 시설이 2028년부터 가동되겠지만 기업들은 공급 과잉으로 손실을 볼 위험을 감수하며 서두를 동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최고위급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인텔 최고경영자 립부 탄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2028년까지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 대만 낸드 컨트롤러 전문 기업 파이슨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도 "낸드 공급 부족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부족을 더 깊게 만드는 변수도 있다. 마이크론이 소비자용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Crucial)' 사업을 올해 2월까지 완전히 접고 기업·AI 고객 전용으로 전환했다. 소비자 시장에서 공급자 하나가 아예 사라진 셈이다. 홀리스터 에디터는 "AI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이 언제 끝날지, 메모리 수요가 언제 수그러들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SK하이닉스, 수익은 '사상 최대'…소비자는 '가격 폭탄'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이 사태가 양면 칼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에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을 전분기 대비 60~70% 올려 제시했다. 두 회사가 장기 공급계약을 거부하고 분기 단위 계약을 고수하는 것도 가격이 매 분기 계단식으로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증권가 자료를 종합해보면, 삼성전자(약 170조~265조 원)와 SK하이닉스(약 145조~199조 원)가 각각 독자적으로 100조 원 시대를 여는 것으로 나온다.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362조 원(2026년)에서 최대 469조 원(2027년)에 이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수익성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는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은 "세계적인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이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갈 메모리조차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 지원기관 세미(SEMI)의 클라크 청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자간담회에서 "D램 생산 능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8% 수준의 낮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AI 인프라에서 메모리와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강점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2027년 D램 수급 부족 폭을 기존 전망보다 더 크게 상향 조정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현재 대비 45~5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만들어낸 메모리 공급난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수십 년에 한 번 오는 초호황의 기회지만, 스마트폰·PC·가전제품을 사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가격 인상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