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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자동차 산업, 중동 전쟁에 20만 대 수출 지연…한국 자동차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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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자동차 산업, 중동 전쟁에 20만 대 수출 지연…한국 자동차도 비상

호르무즈 봉쇄 위기에 픽업트럭 선적 중단…FTI 생산 목표 하향
카타르발 헬륨 공급 33% 급감에 '칩플레이션' 가속…내수 부진 겹쳐
중국 BYD 태국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BYD 태국 공장. 사진=연합뉴스.
태국 자동차 산업이 이스라엘·미국의 대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물류가 마비되면서, 중동행 수출 차량 20만 대의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방콕포스트(Bangkok Pos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태국산업연맹(FTI)은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올해 자동차 생산 및 수출 전망치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태국의 3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중동으로 향하는 물류 경로가 차단되면서 발생했다.

중동행 20만 대 선적 중단…FTI "생산 목표 달성 불투명“


수라퐁 파이싯파타나퐁 FTI 자동차산업클럽 부회장 겸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서 "전쟁 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며, 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픽업트럭의 핵심 시장인 중동으로의 배송이 심각하게 늦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국가로 향하는 자동차 운반선(Ro-Ro)들은 공격 위험 탓에 운항을 중단하거나 대기 중이며, 그 물량은 20만 대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FTI는 당초 올해 자동차 생산 목표를 수출 95만 대, 내수 55만 대를 포함해 총 1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5% 줄어든 8만 1195대에 그쳤으며, 올해 1~2월 전체 수출량도 지난해보다 2.76% 감소한 13만9600대에 머물렀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호주뿐 아니라 중동 시장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결과다.

K-자동차도 직격탄…물류비 폭등에 '헬륨 쇼크' 비상


이러한 물류 대란은 비단 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중동 수출량 감소와 물류비 급증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운송 기간 연장은 차량 인도 지연으로 이어져 현지 시장 점유율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의 수급 불안이다. 산업연구원(KIET) 등 학계와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헬륨 생산지인 카타르의 시설 타격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이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헬륨 수입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완성차 제조 단가 상승, 즉 '칩플레이션(Chipflation)'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처지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원가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카타르발 헬륨 공급 33% 차단…글로벌 공급망 마비 가속화


물류 지연뿐 아니라 생산 현장도 비상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인 헬륨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시설의 공격 여파는 태국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 전자장비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반도체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라인 가동 중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한 물류 문제를 넘어 제조 원가 상승과 생산 차질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보조금 종료에 내수마저 '꽁꽁'…태국 BEV 판매 급감


내수 시장 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4만 82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줄었다. 특히 태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책인 'EV 3.0'이 끝난 뒤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가 급격히 꺾인 점이 뼈아프다.

여기에 시중은행과 금융사들이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한 점도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올해 1~2월 전체 내수 판매는 초기 전기차 수요 덕분에 지난해보다 25.5% 늘어난 12만2218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생산량도 6.87% 증가한 23만6338대를 기록하며 버티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인 태국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동반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