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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으면 죽는다"… 세계 1위 토요타조차 절박한 ‘생존 투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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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으면 죽는다"… 세계 1위 토요타조차 절박한 ‘생존 투쟁’ 선언

사토 코지 CEO, 484개 협력사에 경고… "안전지대는 없다, 위기감 공유해야"
‘지나친 품질’ 버리고 비용 절감 사활… 중국발 공세·소프트웨어 격변에 전략 수정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Toyota)가 유례없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Toyota)가 유례없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사진=토요타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Toyota)가 유례없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현재의 자동차 산업을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규정한 토요타는 수십 년간 고수해온 엄격한 품질 기준까지 완화하며 비용 구조 혁신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사토 코지(Sato Koji) 토요타 CEO는 최근 484개 부품 공급업체가 모인 정상회의에서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협력사들에 전례 없는 강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 "린 제조(Lean)의 상징이 흔들린다"… 토요타가 느끼는 실존적 위기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과 지속적 개선을 뜻하는 '카이젠(Kaizen)'은 현대 제조업의 교과서로 통한다. 그런 토요타가 '생존'을 언급한 것은 현재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그만큼 파괴적이라는 방증이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급격한 부상, 차량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그리고 글로벌 관세 장벽 등이 토요타를 압박하고 있다.

사토 CEO는 "앞으로 험난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며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가 생존을 위해 싸우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완벽주의’ 버리고 실용주의로… ‘스마트 스탠다드’ 도입


토요타가 내놓은 가장 파격적인 대책은 이른바 ‘스마트 스탠다드 액티비티(Smart Standard Activity)’다. 이는 고객이 체감하기 어려운 과도한 품질 기준을 대폭 낮춰 비용과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토요타는 기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주름이나 미세한 변색이 있는 부품을 전량 폐기했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의 미세한 주름이나 보이지 않는 곳의 플라스틱 변색 때문에 매달 1만 개의 와이어 하네스가 버려졌으나, 앞으로는 이러한 기준을 완화한다.

토요타 구매 담당 매니저는 "일반 고객은 이런 미세한 차이를 눈치채지 못한다"며, 고객의 시선이 닿지 않는 부품의 사양을 하향 조정하고 공급업체의 금형 유지 비용을 줄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1일 취임하는 콘 켄타(Kon Kenta) 신임 CEO는 연간 1,100만 대의 판매량과 높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가 아니다"라며, 회사의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 ‘품질의 토요타’에서 ‘효율의 토요타’로의 강제 전환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테슬라와 중국 BYD 등이 주도하는 신기술 및 원가 경쟁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분석한다.

콘 신임 CEO는 "약해진 경쟁 기반을 재건하고 토요타의 힘을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며 공급업체와의 상생을 넘어선 '상호 강화'를 주문했다.

과도한 설계(Over-engineering)를 걷어내고 확보한 재원을 소프트웨어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재투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한국 자동차 업계에 주는 시사점


토요타의 변화는 국내 완성차 및 부품사들에게도 '과잉 품질'에 대한 재고를 던진다. 기능과 안전에 직결되지 않는 감성 품질 기준을 실용적으로 조정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완성차 업체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협력사와 함께 설계 단계부터 비용 절감 요소를 발굴하는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토요타가 하드웨어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결국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국내 업계도 하드웨어 효율화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입하는 속도전이 필요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