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만 배럴 미국산 원유 적재 준비…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로 유조선 급파
호르무즈 봉쇄에 ‘에너지 안보’가 ‘외교 자존심’ 압도… 5월 미·중 정상회담 핵심 의제 부상
호르무즈 봉쇄에 ‘에너지 안보’가 ‘외교 자존심’ 압도… 5월 미·중 정상회담 핵심 의제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고조되었던 양국 간의 관세 전쟁과 외교적 갈등 속에서도, 당장의 에너지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행 유조선들이 미국 최대 석유 터미널에서 대규모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 나르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 “안보가 우선”... 중국, 1년여 만에 미국산 원유 선적 재개
유럽 에너지 연구 기관 케플러(Kpler)의 분석에 따르면, 4월 중 중국행 유조선들은 하루 약 6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적재할 예정이다.
이는 2025년 2월 이후 처음이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중단되었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이 다시 물꼬를 트는 상징적 사건이다.
원유뿐만 아니라 약 30만 톤 규모의 미국산 LNG도 3월 중 적재되어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케플러는 "중국이 외교적 입장보다 에너지 공급원 다각화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소비 원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을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 5월 미·중 정상회담의 ‘빅딜’ 카드… 관세 인하와 맞바꾸나
중국의 이번 미국산 에너지 구매 재개는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5월 베이징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수입 확대는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와 관세 분쟁 해결을 위한 핵심 합의 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세관청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원유 수입액은 3,251억 달러에 달했으나 미국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미국산 도입 확대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내수 경제 타격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 전력 수요 급증과 유가 폭등… 중국 내부의 ‘에너지 비상사태’
중국이 자존심을 굽히고 미국에 손을 뻗은 배경에는 심각한 내부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팽창과 전기차(EV) 보급 확대로 중국의 전력 수요는 세계 최대 수준(955만GWh)으로 치솟았다. 이는 2위인 미국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인상했으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가격 인상을 일시적으로 강제 억제하는 고육책까지 도입했다.
중국 수입 원유의 절반이 중동에서 오는데, 시노펙(Sinopec) 등 국영 기업들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경로를 확보하고 석탄 화력 공장을 풀가동하며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산 도입과 동시에 우방국들과의 파이프라인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 시 '시베리아의 힘 2호'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의 최대 원유·가스 공급국이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가스 협력을 확대하여 해상 봉쇄 리스크가 없는 육로 공급망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 한국 에너지 안보에 주는 시사점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LNG를 대량 매수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미국산 에너지 도입 단가가 상승하거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제적인 장기 계약 물량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빅딜을 통해 미·중 관계가 일시적 해빙기에 접어들 경우, 국내 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적대국인 미국 자원까지 끌어 쓰는 절박함을 교훈 삼아, 우리나라도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관리를 국가 안보 최상위 과제로 다뤄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