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리스크에도 실리 추구, ‘리밸런싱’으로 전략적 긴장 완화
‘무역위·투자위’ 설치 논의... 디커플링 대신 실용적 공존 선택
‘무역위·투자위’ 설치 논의... 디커플링 대신 실용적 공존 선택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이라는 초대형 지정학 변수 속에서도 두 경제 대국이 실질적 이해관계 조율을 우선시하며 세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각) 배런스 보도를 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양국은 대규모 충돌을 원치 않으며, 경제·무역 관계는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시점은 미·중 정상회담이 4월 말에서 5월 중순으로 연기된 직후여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누그러뜨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급망 안정·희토류 확보… “싸우더라도 물자는 챙긴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공급망 안정과 상시 소통 채널 구축을 꼽았다. 특히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로 대중 관세를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대체 어려운 희토류·배터리 금속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 접점을 모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설치 논의다. 이는 양국 간 복잡한 안보·독소 조항 이전에 해결 가능한 실무적 현안을 우선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 갈등의 폭발을 사전 차단하는 안정 메커니즘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중 관계가 단절(디커플링)이 아닌 재조정(리밸런싱)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징후로 평가한다.
트럼프의 실용주의, 중국 투자 ‘부분 해빙’ 가능성
중국의 미국 내 투자 규제 완화 문제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리어 대표는 “투자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설립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돈이 들어오면 환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과 맞닿아 있다. 다만 그리어는 “아직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1조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통제와 안보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캐나다와 정면충돌 예고… USMCA 재협상 변수
반면, 인접국과의 무역전선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7월 1일로 다가온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검토 시한 내에 주요 쟁점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기존 3자협정 틀을 깨고 각국과 개별협상을 추진하는 ‘Protocol 체제’ 전환을 강력히 밀고 있다.
멕시코와는 협력이 원활하지만, 캐나다와는 자동차 부품 원산지·농산물 개방 문제로 충돌이 계속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상대국을 각개격파하며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양자 압박” 전술 방식이 본격화된 신호다.
‘안정’의 포장 안엔 ‘미국 우선주의’의 계산
표면적으로는 ‘충돌 회피’지만, 그 속에는 철저한 실리 계산이 깔려 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까지 교착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제 파급력이 통제 불능에 이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전략적 안정’은 사실상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관리 수단인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 메시지는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과 무역 전쟁 완화로 숨통이 트이는 조짐이지만,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 구사하는 양자 압박 방식이 언제든 한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미·중이 무역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관리하듯, 한국도 한·미·일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새롭게 설치될 미·중 실무기구 결정이 한국 기업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가 주목할 3대 관전 포인트
첫째, 5월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는 희토류 공급 안정성과 ‘무역위원회’ 공식화 여부가 핵심으로,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직접적 리스크 완화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된다.
둘째, 7월 USMCA 재협상 시한이다. 이는 원산지 규정 강화 수위에 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북미 수출·현지화 전략 대대적 수정 가능성을 갖고 있다.
셋째, 이란 전쟁의 전개 양상이다. 미국의 對중국 제재 강도에 따라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류망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한국 수출물가에 즉각적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충돌 대신 관리’를 택한 지금, 세계 경제는 긴장과 실용의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형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구조적 분수령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