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에도 세계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통행 조건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양측의 휴전 이후에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전쟁 격화 시기보다 줄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그쳤다. 이는 전날 11척보다 감소한 수준으로 통상 하루 약 140척이 통과하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통로로, 이번 통행 감소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허가·통행료 없이는 통과 불가”…이란 통제 강화
이란은 휴전 합의에도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박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통행료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직후 이란은 유조선 통과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휴전 기간에도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유조선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비용을 암호화폐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 비용을 보전하고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지금은 기다림”…해운업계 사실상 정지 상태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해운업계는 사실상 운항을 멈춘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안찬 세이프시쉬핑 최고경영자(CEO)는 “안전 통행 조건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릭 하넬 스테나벌크 CEO도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선박 운항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이 우호국으로 간주하는 일부 국가 선박만 제한적으로 통과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이스라엘 또는 이란 공격에 협력한 국가와 연관된 선박은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 보험·제재 리스크까지 겹쳐…운항 결정 ‘딜레마’
통행료 지급 문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면 미국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며 “선박을 묶어두거나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보험 문제도 큰 장애물이다. 전쟁 이전 화물 가치의 0.1% 미만이던 보험료는 최근 7.5%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3.75%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이란 당국의 통과 승인 증빙을 요구하고 있지만, 승인 절차 자체가 불투명해 실제 운항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완전 정상화 최소 수주”…수백척 발 묶여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9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 중이며 이 중 최소 300척이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하루 10~15척 수준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상적인 물류 흐름 회복까지는 최소 6~8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이번 상황이 단순한 일시적 혼란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방식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