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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석유업계, ‘탈중동’ 위해 수십억 엔대 설비 개보수 검토… 중장기 전략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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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석유업계, ‘탈중동’ 위해 수십억 엔대 설비 개보수 검토… 중장기 전략 재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원유 수입 90% 의존하던 중동 대신 미국·중앙아시아로 눈돌려
기존 중동산 최적화 설비 한계… “확실한 물량 확보된다면 대규모 투자 가능”
일본 이마바리 비축유 시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이마바리 비축유 시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정세의 긴장이 지속됨에 따라 일본 정부와 석유 원매(元賣)업계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앙아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제유소 설비를 수십억 엔을 들여 개보수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등 업계의 중장기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각)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석유 원매사에 의무화된 민간 비축량을 기존 70일분에서 55일분으로 낮추는 조치를 오는 5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중동발 수급 차질에 대응해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한편,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까지 확대하는 등 대체 조달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지난 10일 "대체 조달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 전체에 필요한 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 조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종(油種)의 차이'다. 일본 제유소 대다수는 중동산 중·중질유에 맞춰진 '증류', '탈황', '분해'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주요 대체지인 미국산은 경질유, 남미산은 점도가 높은 중질유로 성질이 전혀 다르다.

일본 석유업계 관계자는 "설비 개보수에는 수개월이 소요되며 비용도 수십억 엔 규모에 달한다"고 전했다. 현재는 중동산과 타 지역 원유를 소량 섞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가동 효율 저하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탈탄소화 흐름 속에 제유소를 폐쇄해오던 석유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이데미츠 코산과 코스모 에너지는 불투명한 중동 정세를 반영하기 위해 3월로 예정했던 중기 경영계획 발표를 각각 5월과 6월로 연기했다. 이는 단순한 수급 대응을 넘어 제유소의 생존과 투자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석유연맹, 이데미츠 코산 키토 슌이치 회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며 "일정량의 물량 확보가 보장된다면 제유소 설비 개보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동조사회(MEIJ) 다카하시 마사히데 주임연구원은 "민간 기업 입장에서 제유소 설비 투자는 문턱이 매우 높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로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석유업계의 이번 행보는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다시 한번 맞이한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구 감소와 탈탄소로 위축되던 국내 제조 기반이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새로운 구조 개혁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