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컨소시엄과 EPC 협상 난항… "미국법 vs 폴란드법" 평행선
'프랑스 카드' 만지작대는 폴란드… K-원전, 체코서 배운 '계약 리스크' 해법 적용해야
'프랑스 카드' 만지작대는 폴란드… K-원전, 체코서 배운 '계약 리스크' 해법 적용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2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 폴란드(Business Insider Poland)에 따르면, 익명의 협상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분기 내 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협상의 핵심 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프로젝트 통합에 따른 책임 한도다. 웨스팅하우스와 벡텔은 각 사의 작업 범위 내 책임을 고수하는 반면, 폴란드 측은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통합적 책임을 요구한다. 둘째, 적용 법규다. 미국 측은 미국법을, 폴란드 측은 자국법 적용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셋째, 공사비 산정과 물가 상승 리스크 배분 문제다. 양측은 예비 계약(EDA) 연장을 통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프랑스 카드’ 꺼낸 투스크 정부… 고도의 정치적 계산
이번 협상 지연을 단순히 실무적 이견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두 번째 원전 건설 파트너는 가장 매력적인 제안을 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컨소시엄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2027년 총선을 앞둔 투스크 정부에게 원전 건설은 경제·안보 양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성과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폴란드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잠재적 경쟁자로 내세워 미국 측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협상 전술"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공사비 상승 리스크는 커지며, 이는 고스란히 폴란드 납세자의 몫이 된다.
K-원전, 체코의 '정밀함'에서 답을 찾아야
폴란드의 사례는 '팀 코리아'에게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체코 정부가 KHNP의 설계를 '가장 탁월한 제안'으로 평가하며 실무 진척을 공식화한 배경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치밀한 계약 전략이 있었다.
원전 수주는 기술력이라는 문턱을 넘는 것이 시작일 뿐, 본 게임은 계약서 내 법적 책임 범위를 누가 더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K-원전은 폴란드의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테멜린 원전 등 유럽 추가 수주 시 현지법과 통합 책임 범위를 초기에 명확히 규정하는 '계약 리스크 방어 매뉴얼'을 내재화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가 챙겨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재편되는 지금, 폴란드 원전 이슈를 바라보는 투자자와 독자는 다음 세 가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첫째, EPC 계약의 '법적 꼬리표'다. 3분기 내 성사될 계약에 미국법과 폴란드법 사이 중재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향후 유럽 원전시장의 '법적 표준'이 될 수 있다.
둘째, 제2 원전 입찰의 실체 파악이다. 투스크 총리의 '프랑스 언급'이 단순한 압박용 카드인지, 실제 입찰 공고로 이어지는지 추적해야 한다. 이는 폴란드의 에너지 다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셋째, 금융 조달 비용(차관) 조건 파악이다. 원전은 '금융 사업'이다. 폴란드가 미국 수출입은행(EXIM)이나 유럽 투자은행(EIB)에서 얼마나 유리한 금리 조건을 얻어내는지, 그 금융 구조가 곧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한다.
에너지 안보는 기술력과 법적 신뢰, 정치적 결단이 삼박자를 이뤄야 완성된다. 폴란드는 지금 그 삼박자 중 '법적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 계약이 지연될수록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내 폴란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기사 너머의 '금리'와 '법리' 싸움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