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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사우디 방위협정, 中 무기 ‘위험 없는 전장 시험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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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사우디 방위협정, 中 무기 ‘위험 없는 전장 시험대’ 되나

중동 안보 내 파키스탄 위상 강화… ‘중국 방위 체계의 실전 얼굴’ 부상
사우디 내 중국산 전투기 배치로 서방 무기 체계의 독점적 지위 균열 예고
직접 개입 피하며 실전 데이터 확보… 중국의 교묘한 방산 영향력 확대 전략
파키스탄은 전투기 시리즈 중 가장 진보된 변형인 JF-17 블록 III를 실전 배치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은 전투기 시리즈 중 가장 진보된 변형인 JF-17 블록 III를 실전 배치했다. 사진=로이터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략적 방위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산 무기 체계가 직접적인 교전 위험 없이 실전 성능을 검증받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중국 기술로 제작된 첨단 전투기를 배치함에 따라 중국은 배후에서 자국 무기의 신뢰성을 높이며 중동 방산 시장으로의 침투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양상은 중국이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글로벌 안보 지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장하는 핵심 경로가 되고 있다.

사우디에 배치된 파키스탄 전투기… 중국 무기의 ‘쇼케이스’


최근 파키스탄 공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전략상호방위협정(SMDA)의 일환으로 사우디 동부 킹 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전투기 부대를 파견했다.

이번에 배치된 전력에는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JF-17 블록 III'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기체는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와 PL-15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JF-17 시리즈 중 가장 최신형 모델이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이 인명 피해나 외교적 마찰이라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자국 무기 체계의 실전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위험 없는 노출(Risk-free exposure)'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의 자간나트 판다 소장은 "파키스탄이 중국 방위 체계의 작전적 얼굴이 되고 있다"며, JF-17이 사우디에서 순찰 및 요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중국 항공우주 기술의 강력한 실전 시연이 된다고 분석했다.

‘중견국 중재자’ 파키스탄의 부상과 중국의 전략적 이점


파키스탄은 단순히 사우디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국가를 넘어, 지역 안보의 '군사적 안심 제공자'이자 중재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외교적 위상 강화는 파키스탄 군의 주력인 중국 무기 체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인도-태평양 서쪽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교묘한 경로를 확보한 셈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파키스탄 무기 수입의 약 80%가 중국산으로 채워질 정도로 양국의 방산 밀착은 어느 때보다 공고한 상태다.

서방 무기 독점 깨는 신호탄… 사우디의 중국 기술 채택 가능성


미국산 F-15와 F-35 도입에 주력해 온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이 향후 중국 기술이 접목된 무기 체계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사우디가 파키스탄에 빌려준 20억 달러 규모의 대출금을 JF-17 전투기 도입으로 상환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허드슨 연구소의 리셀롯 오드고드 선임 연구원은 "파키스탄의 중국 전투기 운용은 걸프 지역 내 서방 무기 체계의 독점성을 약화시키는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비록 사우디가 여전히 미국 시스템에 의존하더라도, 파키스탄이 운용하는 중국산 플랫폼의 성공 사례는 저비용 함대 다각화를 원하는 중동 국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파키스탄의 중동 내 안보 역할 확대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서쪽에서 조용히 방산 패권을 넓히는 가장 효과적인 교두보가 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