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發 감원 갈림길…“인력 줄이기” vs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

글로벌이코노믹

AI發 감원 갈림길…“인력 줄이기” vs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

코인베이스·페이팔은 대규모 감원, IBM·스포티파이는 생산성 확대 전략…WSJ “CEO들 사이 AI 활용 철학 분화”
인공지능의 확산과 그에 따른 해고 이미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의 확산과 그에 따른 해고 이미지.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미국 기업들의 고용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 AI를 활용해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과 기존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며 WSJ는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AI 도입 확대를 이유로 전체 인력의 14%를 감원하기로 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I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역시 향후 2~3년에 걸쳐 전체 직원의 20%를 줄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AI 활용 확대가 구조조정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자충격기 테이저건 제조업체 액손 엔터프라이즈는 정반대 접근법을 택했다.

조시 이스너 액손 사장은 최근 직원 5000여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AI는 우리 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며 당분간 AI 때문에 대규모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직원 생산성을 두세 배 높이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늘어날 것이라며 “주변 소음은 무시하고 계속 전진하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 빅테크 구조조정 본격화


현재 미국 재계에서는 AI가 화이트칼라 업무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약 8000명, 전체 직원의 10% 수준 감원을 추진 중이다.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미래 회사의 최적 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구·생활용품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경영진 역시 “AI로 인해 상당한 인력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반복 업무와 중간관리 기능을 줄이고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 블록과 스냅 등 일부 기업은 AI 관련 감원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약 80%가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 “AI로 성장 가능”…다른 접근도


반면 일부 기업들은 AI를 성장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원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는 현재 인력 규모를 거의 유지하면서 AI를 통해 더 많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 스포티파이 공동 CEO는 “생산성 향상을 곧바로 비용 절감으로 연결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IBM 역시 AI 활용 목적을 단순 인건비 절감보다 성장 확대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클 라모로 IBM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AI에서 생산성,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3년 뒤 IBM 직원 수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해고 아닌 재배치 시대”


다만 감원을 피하는 기업들도 조직 변화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싱크로니파이낸셜은 직원들을 새로운 부서와 역할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DJ 카스토 싱크로니 최고인사책임자는 “앞으로는 훨씬 더 민첩해져야 한다”며 “직원들도 모든 것이 흑백논리처럼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현재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 AI를 통한 비용 절감과 성장 확대 중 어느 방향에 무게를 둘지를 두고 철학적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AI 도입 확대 속에서도 일부 기업은 여전히 신규 채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액손의 이스너 사장은 “오픈AI 채용 페이지에만 약 800개 일자리가 올라와 있다”며 “AI 시대에도 사람은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