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마주 앉는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단연 무역과 관세 문제다. 세계의 관심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G-2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거대한 합의의 빅딜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극한의 무역 전쟁으로 치달을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불과 1년 전만 해도 양국은 사실상 무역전쟁 한복판에 있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글로벌 산업을 위협했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결국 2025년 10월 부산에서 극적인 휴전이 성립됐다. 이번 회담의 초점은 휴전으로 일시 봉합된 미-중 갈등이 정말 새로윤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양국 정상 모두에게 이번 회담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 각자의 정치적 생존과 글로벌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결정적 무대’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2026년 11월 중간선거는 자신의 정책적 정당성을 평가받는 심판대다. 비록 미 대법원의 판결로 관세라는 강력한 무기가 일부 무력화되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트럼프에게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명분을 제공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결보다는 ‘가시적인 경제 성과’가 더 절실한 시점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악수는 트럼프에게 “나만이 중국을 굴복시켜 미국 농민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기회다. 정치적 수사와 달리, 실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관세 폭탄이 아니라 대두(Soybean) 수출 증대와 물가 안정이다. 트럼프가 베이징에서 시진핑과 손을 맞잡는 순간, 그는 ‘싸움닭’에서 ‘노련한 협상가’로 탈바꿈하며 중간선거의 승기를 잡으려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의 가장 확실한 성과는 소고기(Beef), 대두(Beans), 보잉(Boeing)으로 상징되는 ‘3B’ 분야에서의 대규모 구매 합의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2026년부터 3년간 매년 2,500만 톤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약속하며 성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보잉기 추가 구매와 소고기 수입 확대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팜벨트(Farm Belt)와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을 안겨줄 ‘특급 선물’이다. 미국이 제안한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역시 대결의 기구가 아닌,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안전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WTO의 낡은 규범 대신 양국 정상이 직접 교역 물량을 확약하는 방식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단번에 제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복잡한 다자주의보다 훨씬 빠르고 명확한 실리를 보장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예측 가능한 평화’를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의는 미·중 관계의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자체가 금융 시장에는 가장 강력한 하방 지지선인 ‘트럼프-시진핑 푸트’로 작용할 것이다. 환율의 발작적 변동성은 잦아들고, 글로벌 투자 자금은 다시 위험 자산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뉴욕 연준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미·중의 대타협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전 세계적인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금리 인하의 명분을 제공하며 글로벌 증시의 새로운 ‘불 마켓(Bull Market)’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심각한 법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지난 2월 미 연방 대법원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한때 34%에 달했던 대중 평균 관세율이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국제무역법원마저 '10% 글로벌 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약화하는 결정적 변수"라고 평가했다. 미국 행정부는 무너진 IEEPA 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의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문제를 겨냥한 두 건의 301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우회 전략만으로 과거 수준의 고율 관세 장벽을 완전히 복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301조 관세 조치가 즉각 발표될 가능성은 작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부산 회담에서 합의한 ‘무역 휴전’의 이행 상황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핵심 구조적 의제 중 하나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3월 제안한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설립 구상도 있다. 농산물 등 비민감 품목과 전략 산업을 분리해 관리하는 이 구상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규범 대신, 양국이 직접 교역 품목과 물량을 조정하는 관리무역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전략경제대화라는 양국 간 정례 협의체가 존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이를 폐지했다. 다만 미국은 이를 무역 불균형 해소 수단으로 보는 반면, 중국은 실무 협의 수준의 조정 기구로 제한하려는 입장이어서 구체적 합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실적인 합의는 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26년부터 3년간 매년 2500만 톤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소고기(Beef), 대두(Beans), 보잉(Boeing) 등 이른바 '3B' 품목이 핵심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애플·엑손·보잉을 포함한 여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 동행하도록 초청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면허 조건 개선을 맞바꾸는 기술 트레이드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상들이 만난다는 것은 이미 합의서의 초안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베이징 정상회담은 단순히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난 1년간의 무역 휴전을 ‘항구적인 공존’으로 격상시키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트럼프는 유권자를 위한 실익을 챙기고, 시진핑은 성장을 위한 안정적 환경을 확보할 것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실용적 빅딜’이 가져올 변화의 파도를 선제적으로 읽어야 한다. 갈등의 이면에서 타오르는 협력의 불꽃을 놓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