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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금리인하 "아니되옵니다" 뉴욕증시 베어스티프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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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금리인하 "아니되옵니다" 뉴욕증시 베어스티프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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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경제학의 세계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은 매와 비둘기다. 경제학에서 '매파'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을 강력히 주장하는 강경파를 뜻한다. 매파는 실업률이 다소 오르고 기업이 도산하는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화폐 가치를 지키는 것이 거시 경제의 근본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학문의 세계에 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12년이다. 미국과 영국 간의 이른바 미-영 전쟁을 앞두고 미국 의회 내에서 무력 충돌을 불사해야 한다고 외치던 헨리 클레이(Henry Clay)와 존 C. 칼훈(John C. Calhoun) 등 젊고 호전적인 정치인들을 향해 토머스 제퍼슨이 ‘워 호크(War Hawks, 전쟁 매)’라 부른 것이 매의 시초다. 이후 1960년대 베트남 전쟁과 쿠바 미사일 위기를 거치며, 무력 개입과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세력을 지칭하는 보편적 정치 용어로 굳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호전성의 화살표는 적국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향하게 되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라는 무기를 자비 없이 휘두르는 중앙은행 위원들의 모습이 마치 먹잇감을 향해 하강하는 사나운 매와 같다고 하여 경제학의 영역으로 이식된 것이다.

매와 반대로 금리인하에 강조하는 세력을 흔히 비둘기파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공포보다는, 경기 침체와 실업을 더욱 경계하는 온건파를 뜻한다. 이들은 경제의 톱니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에 자금을 풀어(양적 완화), 기업의 투자를 돕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통화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비둘기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감람나무 잎을 물고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인류 역사에서 줄곧 '온건함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 평화주의적 성향이 중앙은행으로 넘어오면서, 가혹한 긴축 대신 시장을 따뜻하게 품어 안고 돈줄을 풀어 경제 주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성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역사는 매파와 비둘기파 중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주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시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 '인플레이션(물가)'인지, 아니면 '디플레이션(침체)'인지에 따라 매와 비둘기의 역할을 교대하는 변증법적 과정이다. 금리 전선에 매와 비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시로 태도를 바꾸는 부류의 인물을 박쥐파라고 부른다. 현실보다는 이론을 더 따지는 식자들을 올빼미파(Owls)'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는 올빼미는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상징한다. 경제학에서 올빼미파는 특정한 이념 즉 긴축 이나 완화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거시경제 지표(Data)에 기반하여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중도파(Centrists)를 일컫는다.
금융시장 현장에는 통상 비둘기파가 많다.금리가 내려야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구조적 매커니즘 탓에 뉴욕증시와 코스피 코스닥에서 현장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과 금융기관 소속 애널리스트에는 비둘기 파가 압도적이다. 이 시장의 비둘기들이 최근들어 금리인하의 매파로 변신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 주목을 끌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핌코의 투자 최고챙임자인 댄 이바신 박사이다.핌코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로 운용 자산이 2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핌코에서 CIO를 맡고 있는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책 긴축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전쟁으로 인플레 심리가 높아진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심각한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조700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제니 존슨 최고경영자(CEO)도 FT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Fed의 금리인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망했다.

최근 까지만해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향해 조기 금리 인하를 읍소하며 시장의 랠리를 주문하던 월가의 목소리가 돌연 잦아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탐욕이 공포로 바뀌었다. 뉴욕 증시의 주요 거물들과 채권 시장의 '큰손'들이 이제는 오히려 "섣부른 금리 인하는 시장에 재앙을 부를 수 있다"며 연준의 등을 떠밀던 손을 거둬들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기업의 조달 비용이 감소하여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통적인 1차 방정식이 왜 지금 뉴욕 증시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일까. 스스로 갈구하던 축배를 거부하는 이 기이한 반전의 이면에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라는 채권 시장의 섬뜩한 경고와 구조적으로 훼손된 글로벌 거시경제의 펀더멘털이 똬리를 틀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 '베어 스티프닝'이란, 단기 국채 금리보다 장기 국채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여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꼿꼿하게 서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이 약세(Bear)일 때 나타나는 이 현상은 주식 시장에 치명적인 독약으로 작용한다. 월가의 투자 은행들이 섣부른 금리 인하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이 기준금리(단기 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이 이를 '인플레이션 용인'으로 해석할 경우 10년물, 30년물 같은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압박이나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를 내린다면, 장기 채권 투자자들은 미래의 화폐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더 높은 '물가 보상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연준이 단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짓누르더라도, 시장이 결정하는 장기 금리가 발작을 일으키며 튀어 오르는 통제 불능의 사태를 뉴욕증시는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도 문제다. 최근 10여 년간의 제로 금리 시대에는 돈을 10년 또는 30년 씩 장기로 빌려줄 때 요구하는 추가적인 위험 수당, 즉 '기간 프리미엄'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였다.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유가 불안,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고착화 즉 끈적한(Sticky)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달성하기도 전에 섣불리 백기를 들고 금리를 내린다면 뉴욕증시의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즉각적으로 기간 프리미엄을 높여 부를 것이다. 물가가 오를 것이 뻔한 만큼 이자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급증 역시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전쟁 비용 지원, 인프라 투자,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해 늘어나는 자금 공백을 땜빵하기 위해 막대한 물량의 국채를 찍어내어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뉴욕 증시의 이해관계자들이 조기 금리 인하 반대로 돌아선 결정적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주가 폭락을 야기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비둘기파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