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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KUS 격변, 핵잠 축소의 역설…K-방산, 'MRO·수중드론' 해저시장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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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KUS 격변, 핵잠 축소의 역설…K-방산, 'MRO·수중드론' 해저시장 거머쥔다

"미국 조선소 고사" 호주 결국 중고 도입 수모…수백조 자금 UUV·해저보안 전격 이동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해저 가스관과 광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수중 드론 함대 구축에 나선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해저 가스관과 광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수중 드론 함대 구축에 나선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해저 가스관과 광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수중 드론 함대 구축에 나선다.

CNN은 지난 31(현지시간)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3국 국방장관이 신형 무인잠수정(UUV)을 공동 개발해 오는 2027년 실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호주가 추진하던 총 2350억 호주 달러(255조 원) 규모의 첨단 핵추진잠수함 도입 사업이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저하 탓에 미국산 중고 잠수함 3척 도입으로 축소되면서, 그 대안으로 수중 무인체계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적 분기점을 맞이했다는 진단이다.

이번 전환의 본질은 미래 투자가 아니라 이미 발주가 시작된 집행 단계 시장으로의 이동이다. 글로벌 데이터의 99%가 오가는 해저 케이블 안보가 그 중심에 있다.

미국 조선업 생산 병목, 글로벌 MRO 시장 강제 개방

오커스의 이번 결정은 동맹의 핵심 축인 미국의 군함 건조 역량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호주는 당초 최신형 핵잠수함 함대를 직접 건조하거나 신조함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미 해군이 쓰던 버지니아급 중고 잠수함 3척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일원화했다.

미국의 공급망 지연과 조선소 인력 부족으로 자국 군함 생산조차 밀리는 적체 현상이 외교적 합의 축소로 이어진 탓이다. 현재 미 조선소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량은 연간 1.2척 수준으로 목표치인 2.33척에 크게 미달한다. 미국의 이 같은 건조 병목 현상은 해외 정비 외주 구조를 고착화하는 방산 공급망 격변의 신호탄이다.

이러한 미국의 함정 생산성 공백은 국내 조선업계에 대규모 기회로 작용한다. 미 해군이 정비 물량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수혜 대상으로 부상했다. 수십 조 원 규모에 달하는 미 해군 함정의 MRO 물량을 수주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연간 수십 조 원을 지출하는 함정 정비 역량의 상당 부분을 우방국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며 "한국 조선사의 공정 관리 능력과 건조 경쟁력이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핵잠 CAPEX 축소가 촉발한 수백조 규모 2차 시장…해저 보안으로


오커스가 핵잠수함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줄이고 AI 수중 드론에 베팅한 배경에는 급박해진 해저 인프라 위협과 자금 재배치의 실익이 자리 잡고 있다. 잠수함 건조에 수십 년이 걸리는 반면, UUV 도입은 매출 인식 속도가 수개월 단위로 단축된다.

전 세계 인터내셔널 데이터의 99%를 실어 나르는 570여 개의 해저 광케이블은 현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동맥이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해 사보타주(파괴공작)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체 케이블 CAPEX 대비 보안 투자 비율은 초기 1~2% 수준에서 5% 이상으로 대폭 확대될 조짐이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측 케이블 통행세 징수 위협 등 즉각적인 리스크 고조는 보험료와 보안 비용의 동반 상승을 촉구하며 UUV 수요를 폭발시킨다.

이러한 거대한 전장 이동 속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은 고유의 역할을 분담하며 총체적 시장 진입 경로(TAM)를 확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 미 해군 MRO 입찰 자격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실제 수주 발생 시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직결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입 경로를 열었다.

HD현대중공업도 고난도 유지보수 신뢰도를 바탕으로 MRO 레퍼런스를 축적하며 반복 수주 구조로 이어질 기반을 확보했다.

LIG D&A 역시 유도무기 중심에서 수중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며 멀티플 재평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도 수중 ISR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데이터·센서 기반 방산 기업으로의 재평가 여지를 키우고 있다.

동맹국 시장의 두 얼굴, 투자자가 통제해야 할 '치명적 리스크'


빛이 강한 만큼 그늘도 짙다. 이번 격변이 한국 방산업계에 무조건적인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관점에서 반드시 통제해야 할 리스크 서사는 동맹 시장이라도 결코 '완전 개방 시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 해군의 까다로운 보안 인증(ITAR, 국가 기밀 취급 승인) 문턱은 언제든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핵심 기술의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기조와 차기 미 대선 이후 방산 예산의 방향성 변화는 상존하는 변수다. 아울러 국내 주요 기업이 보유한 UUV 기술이 실제 거친 해양 전장에서 완벽한 실전 검증(Combat Proven)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수주 경쟁 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일본과 유럽 방산·조선업체와의 동맹 내 경쟁 심화는 수주 단가와 점유율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변수다.

'CAPEX 이동 + 생산 병목'…투자자가 볼 지표 3가지


향후 수중 드론 및 해저 안보 시장의 실질적인 주가 반영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 행동 지표를 필히 점검해야 한다.

첫째, 미 해군 MRO 군수지원함 및 전투함의 국내 조선사 실제 발주 물량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 등 국내 기업의 실제 수주잔고 변화는 서방 함정 정비 시장 진입의 실질적 척도다.

둘째, 국내 주요 방산 기업의 해양 무인잠수정(UUV) 기술 수출 및 국책과제 수주 규모도 살펴봐야 한다. LIG D&A와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정찰용·전투용 무인잠수정의 군 배치 실적은 미래 해양 드론 시장의 지배력을 결정한다.

셋째, 글로벌 해저 광케이블 신설 노선의 보안 인프라 투자 대안 및 공급 계약 체결 여부도 중요하다. 구글·메타 등 빅테크가 주도하는 해저 케이블 망에 국내 무인 감시 체계가 연동되는지 여부가 새로운 기업가치 상승 모멘텀이다.

오커스의 수중 드론 함대 출격은 단순한 서방 세력의 군사 작전을 넘어, 글로벌 데이터 영토를 지키려는 안보 시장의 거대한 팽창이자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해양 방산의 주연으로 도약할 기회다. 결국 이 시장의 승부는 누가 먼저 실적을 찍느냐에 달려 있다. 발주 데이터가 확인되는 순간, 주가는 산업이 아니라 기업으로 차별화되기 시작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