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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의 ‘5억 달러 농업 실험’ 참패… 기술 만능주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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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의 ‘5억 달러 농업 실험’ 참패… 기술 만능주의의 한계

고도화된 AI·스마트팜으로 ‘식량 혁명’ 꿈꿨지만 환경 변수와 비용 장벽에 막혀
샌세이 애그(Sensei Ag), 농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사업 모델 전면 수정
오라클(Oracle) 창업자 래리 엘리슨.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오라클(Oracle) 창업자 래리 엘리슨. 사진=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 스마트팜 산업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더라도 자연환경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

오라클(Oracle)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자신의 개인 섬에서 추진했던 대규모 농업 혁신 프로젝트가 막대한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업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엘리슨은 하와이 라나이섬(Lanai)을 지속 가능한 농업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기업 ‘샌세이 애그(Sensei Ag)’를 통해 약 5억 달러(약 7690억 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태양광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invernadero(온실) 운영 계획은 현지의 거센 바람과 습도, 잦은 기반 시설 오류로 인해 큰 난관에 봉착했다.

‘기술이면 다 된다’는 오판… 라나이섬의 혹독한 신고식


엘리슨의 프로젝트는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샌세이 애그는 AI 센서와 실시간 환경 제어 시스템을 탑재한 온실을 통해 적은 자원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데이비드 아구스 샌세이 애그 공동 창업자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농업 이후 온실 구조는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며 기술적 우위를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온실을 설계한 기술진은 하와이의 강한 바람과 습도를 간과했다. 1200만 달러 규모의 온실 지붕이 강풍에 파손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리 비용만 5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일론 머스크가 공급한 태양광 패널은 잦은 기상 악화와 먼지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첨단 기술의 핵심인 와이파이(Wi-Fi) 연결조차 불안정해 농업 센서들이 마비되는 등 기초적인 인프라 문제까지 겹쳤다.

‘식량 혁명’에서 ‘소프트웨어 판매’로 사업 모델 급선회

결국 샌세이 애그는 ‘세계 식량 공급’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뒤로하고 경제성 논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운영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았지만, 실제 판매로 얻는 수익은 투자금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엔 영 샌세이 애그 전 총괄은 “거대한 비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조금씩 희석됐다”고 고백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농업 기술이 데이터와 장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생태적 복잡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한다.

현재 샌세이 애그는 직접 농사를 짓는 모델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한 농업 관리 소프트웨어를 다른 농장에 판매하거나 프랜차이즈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텍사스주 오스틴 등 미국 본토로 거점을 옮기고 농업 로봇 기술을 도입하는 등 4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타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성패 갈라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억만장자의 실패담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팜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지역별 기후 특성을 고려한 ‘현장 맞춤형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의 농업 혁신은 정교한 AI 알고리즘만큼이나 현지 환경에 적응 가능한 탄력적인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샌세이 애그의 사업 방향 수정이 스마트팜 산업이 과도한 기술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경제적 효율성과 실질적인 환경 적응력을 중시하는 성숙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