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오토파일럿·FSD 결함”…테슬라 “운전자가 가속페달 100% 밟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3가 주택으로 돌진해 70대 여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테슬라와 운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에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운전자가 시스템을 수동으로 무시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는 입장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마사 아빌라 유족이 이날 텍사스주 해리스카운티 지방법원에 테슬라와 운전자 마이클 버틀러를 상대로 부당사망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아빌라의 딸 제니퍼 바버와 사위 저스틴 바버가 개인 자격과 아빌라 유산을 대표해 냈다.
사고는 지난 19일 저녁 텍사스주 케이티의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소장에 따르면 버틀러가 몰던 테슬라 모델3는 로즈 홀로 레인을 동쪽으로 주행하다가 바버 가족의 집 앞벽을 뚫고 들어갔다. 당시 76세였던 아빌라는 집 앞방에 있다가 차량 잔해에 깔렸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집 안에 있던 저스틴 바버도 목과 허리, 어깨 등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고 이후 주택이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가족이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 유족 “거리 끝·주택 감지 못해”
소송은 테슬라에 대해 설계상 결함과 경고 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운전자 버틀러에 대해서는 과실과 중과실 책임을 물었다.
유족 측은 차량이 도로 끝과 진행 방향에 있던 주택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고, 운전자의 개입 상태를 충분히 감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테슬라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한계에 대해 소유자에게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고 차량에 급발진 가능성이 있었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유족 측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에 “알려진 위험의 역사”가 있다고 주장하며 2023년 워싱턴포스트가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최소 17건의 사망 사고를 확인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소장에 인용했다.
◇ 테슬라 “FSD 아닌 운전자 가속이 원인”
테슬라는 이미 공개적으로 운전자 책임론을 제기했다.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책임자인 아쇼크 엘루스와미는 차량 데이터상 버틀러가 주택가에서 가속페달을 100%까지 밟아 자율주행을 수동으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량이 충돌 당시 시속 약 117km에 도달했고 충돌 뒤에도 가속페달 입력이 유지됐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FSD가 주택가에서는 천천히 주행한다며 “이번 사고는 고속 충돌이었다”고 반박했다.
해리스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재까지 기계적 결함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운전자에게 음주 정황은 없었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측의 설명대로라면 사고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페달 오조작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유족 측은 운전자가 시스템을 오용했더라도 테슬라가 운전자에게 잘못된 신뢰를 심어줬거나 운전자 감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 플로리다 평결이 새 소송의 근거
이번 소송은 지난해 플로리다에서 테슬라가 일부 책임을 인정받은 오토파일럿 사고 평결을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2019년 키라고에서 발생한 테슬라 오토파일럿 사고와 관련해 테슬라에 33%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운전자는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떨어진 휴대전화를 집으려다 T자형 교차로를 약 시속 62마일로 지나쳤고 이 사고로 22세 나이벨 베나비데스 레온이 숨지고 딜런 앙굴로가 다쳤다.
배심원단은 운전자에게 67% 책임을 물었지만 테슬라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총 3억2900만달러(약 5093억원)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이 가운데 테슬라 부담분은 약 2억4300만달러(약 3762억원)였다.
그 사건에서 운전자가 시스템을 명백히 오용했다는 점은 테슬라의 완전한 면책 사유가 되지 않았다. 배심원단은 테슬라의 마케팅과 조향토크 중심의 운전자 감시 체계가 운전자에게 차량 능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텍사스 소송도 이 논리를 겨냥하고 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운전자가 그런 상황에 놓였는지와 테슬라 시스템이 운전자의 방심을 유발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NHTSA 독립 조사 결과가 관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번 텍사스 사고에 대해 특별 충돌 조사를 열었다. NHTSA는 사고 차량의 이벤트 데이터 기록장치와 운행 자료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공개한 설명은 회사가 자체 데이터에 근거해 해석한 내용일 뿐이며 최종 판단에는 NHTSA의 독립 조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둘러싼 법적·규제 리스크가 계속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과 FSD가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며 운전자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원고 측은 시스템 명칭과 홍보, 운전자 감시 방식이 운전자의 과신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