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DDR 적층해 전력 효율 극대화… 내년 AI250 가속기 첫 탑재
HBM 종말 아닌 '메모리 계층 분화'… 시장 표준 다원화 신호탄
HBM 종말 아닌 '메모리 계층 분화'… 시장 표준 다원화 신호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보기술(IT) 매체 Wccftech는 퀄컴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뉴욕에서 개최한 '투자자 회의 2026'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태계를 겨냥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아키텍처 'HBC(High-Bandwidth Compute)'를 전격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D램 아래 연산 가속기를 적층하는 신개념 기술을 앞세워 한국 메모리 대기업들이 독점한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구상이다.
HBM의 최대 약점인 막대한 전력 소모량을 정면 겨냥해 와트당 D램 대역폭 효율을 설계 기준 최대 6배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나오면서,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이 구축한 HBM 중심의 가속기 시장을 우회하려는 글로벌 설계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메모리 벽' 겨냥한 퀄컴의 설계… 이론적 수치와 현실 장벽
퀄컴이 내놓은 해법은 모바일 시장에서 검증된 저전력 D램(LPDDR) 기반의 3차원(3D) 적층 구조다. HBC는 연산 가속기 칩 바로 위에 대용량 LPDDR 패키지를 얹은 뒤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수직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퀄컴은 차세대 AI250 가속기 카드 기준으로 초당 133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이론적 최대 대역폭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카드 한 장을 기준으로 집계한 합산(Aggregate) 수치로, 개별 메모리 스택 기준 대역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제 워크로드에서의 유효 대역폭과 전력 효율은 시스템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LPDDR은 넓은 인터페이스 폭(Wide I/O)을 갖춘 HBM과 달리 상대적으로 좁은 통로(Narrow I/O)에 높은 주파수(고클럭)를 인가해 대역폭을 확보하는 구조다.
엔비디아 축 우회 노리는 '플랫폼 퀄컴'의 포석
HBC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엔비디아 중심의 독점 생태계를 깨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퀄컴은 단품 GPU 회사가 아니라 자체 아키텍처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다. HBC는 메모리와 연산기를 하나로 결합해 맞춤형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을 공략하기에 유용한 구조를 갖췄다.
주요 타깃은 저전력 기반의 추론 서비스를 대규모로 돌려야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엣지 AI 시장이다.
자체 칩 설계를 추진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엔비디아-하이닉스 동맹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가속기 시장의 권력 구도를 분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기술 발표가 HBM의 즉각 대체라기보다,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한 틈새시장 공략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파트너십 확장 조건부 수혜…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
HBC 아키텍처가 현실화하더라도 퀄컴 독자 힘만으로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 수직으로 쌓아 올릴 고성능 LPDDR D램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핵심 기업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 빅3로 제한된다.
패키징 부문에서도 TSMC의 검증된 공정 생태계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기술 표준이 LPDDR 기반으로 확장될 경우에 한해 한국 기업의 기존 TSV 양산 라인과 패키징 노하우가 HBC 생산에 재활용되면서 새로운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설계 기업들의 '메모리 독립' 시도가 도리어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 대한 러브콜로 이어지는 역설이 성립하는 셈이다.
HBM 독점 프리미엄은 점진적 분화… 시차별 영향 분석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이슈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시차별로 나누어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도한 위기론에 매몰될 필요가 없는 구조다.
우선 단기적으로 오는 2028년까지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가속기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된다. 이에 따라 6세대 HBM4를 비롯한 국산 HBM의 실적 독주는 쉽게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HBC 진입이 당장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기적 관점인 2030년 전후로는 거대 기술기업들의 자체 ASIC 도입과 저전력 추론 수요가 맞물려 HBC류의 아키텍처가 시장 일부를 파고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그간 폭발적이었던 HBM의 성장 속도가 다소 완만해지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AI 메모리 표준이 다원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누려온 HBM 독점 프리미엄의 일정 부분 축소가 불가피하다. 다양한 기술 규격이 공존하는 시장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HBC의 등장은 HBM의 종말이 아니라, AI 워크로드에 따른 'AI 메모리 구조의 본격적인 계층 분화'를 의미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주도권을 수성하려면 기존 HBM 중심 공급자에서 'AI 메모리 아키텍처 파트너'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LPDDR 적층 패키징을 포함한 다변화된 맞춤형 메모리 생태계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만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