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귀신날_도시의 밤'은 설화적 상상력과 도시적 현실을 병치하며, 보이지 않는 존재와 살아 있는 몸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신체 기억을 동시대적 언어로 번역하여 삶과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이 작품은 전통춤의 기반 위에 다양한 장르의 창의적 협업을 접목함으로써 표현의 지평을 확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 창작춤의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 구축의 의미 있는 사례로 자리한다.
'귀신날_도시의 밤'은 효율과 편의의 논리가 지배하는 도시적 삶의 결 속에서, 인간이 상실한 연대 감각을 다시 호출한다. 전통 설화의 상징성과 도시의 야경이 중첩된 무대 위에서 독무와 군무는 긴장과 공명의 리듬을 이루며 관계의 서사를 생산한다. 무용수들은 서로의 균형과 무게를 나누며, 타인의 삶을 떠받치는 공동체적 신체성을 구현한다. 몸은 이제 고립된 자아의 표상이 아니라, 타자와 세계를 연결하는 시적 매개이자 연대의 은유로 확장된다.
2년 반 전 발표한 '귀신날' 이후 한국 무용계는 신체의 관습적 문법과 움직임의 체계를 해체하며 춤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질문하는 듯 보였다. 안무가 김주빈은 독무와 군무의 경계를 재조명하고, 춤이 수행하는 미학적·사회적 역할을 근원에서부터 재구성했다. '귀신날_도시의 밤'은 새로운 의례적 상상력을 빚어내는 창작의 실험장으로서 오늘의 현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귀신날’을 호출하며,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잇는 상징적 장(場)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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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부제 ‘도시의 밤’은 전래적 상상력과 설화적 정조에 기댄 '귀신날'의 시선을 동시대 도시인의 삶으로 전환하는 미학적 표제이다. 과거의 서사와 현재의 일상이 교차하는 무대는 공감의 거울로 기능한다. 다양한 귀신들의 사연을 병렬적으로 펼쳐 보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도시의 밤이라는 응축된 시공간 속에 현대인의 욕망과 고독, 관계의 풍경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이 작품은 전통적 상상력을 현재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동시대 인간을 깊이 성찰한다.
'귀신날_도시의 밤'은 현대의 한 회사원의 삶과 전래동화 '햇님 달님'의 오누이 서사를 두 축으로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작품은 동화 속 천진한 오누이가 커서 오늘의 도시인이 된 상상적 연결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시간 위에 포갠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성인의 일상이 병치되는 무대는 반복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민을 환기한다. 작품은 설화적 상상력과 동시대적 현실을 중첩하며, 시간의 간극을 넘어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을 시적으로 조명한다.
이 작품에서 호랑이는 생존 본능을 수행했던 존재가 된다. 인간계에서는 악이지만, 호랑이에게 그것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안무가는 이러한 관점의 전복을 현대 회사원의 현실과 겹쳐 놓는다. 오누이와 호랑이, 회사원의 서사는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처럼 교차하며 선과 악,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적 구도를 흔든다. 무대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귀신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경계의 지대를 드러내며, 동시대 삶의 윤리적 복합성을 사유케 한다.
안무가는 귀신을 현대인이 내면에 품고 살아가는 불안과 예감의 은유적 형상으로 치환한다. 작품 속 귀신은 미래를 둘러싼 모호한 감정들을 유희적 감각으로 가시화하는 미학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익살과 풍자의 언어로 전환하는 안무적 전략은 불확실성을 새로운 상상력의 영역으로 수용하게 만든다. 나아가 안무가는 과거의 기억과 전승 속에 머물던 귀신들을 동시대 도시 풍경 속에 재맥락화함으로써, 독창적인 서사적 지평을 펼쳐 보인다.
안무가는 귀물들을 동시대 도시 환경의 기호와 장치로 전환, 공포의 계보를 재구성한다. 눈알귀신은 CCTV로 재현되고, 몽마귀신은 물을 둘러싼 집단적 불안과 기억 환기의 존재로 변용되어 현대인의 심리적 풍경을 반영한다. 도깨비와 여러 귀신은 도시의 사물과 공간에 스며드는 미시적 존재로 재해석된다. 전통적 귀신 서사가 도시의 야간 풍경과 중첩되는 과정은 낯설고 기시감 어린 경험을 제공, 기억과 현실의 경계를 유희적으로 흔드는 미학적 성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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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귀신날_도시의 밤'은 한국적 신화와 신체의 기억을 동시대 도시의 감각과 접속하게 시키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욕망을 성찰하는 무대적 담론을 구축하였다. 작품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점차 익명화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귀신’이라는 은유로 형상화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질문한다. 또한 '해님 달님'의 서사를 현대 도시의 풍경 속으로 이식하여 전통 설화가 지닌 상징체계를 오늘날 삶의 언어로 재번역한다.
한국춤의 정서적 깊이와 유럽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신체성이 라이브 음악과 결합하면서, 현실과 초월이 교차하는 복합적 공연미학을 구현한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귀신날’의 문화적 기억은 오늘의 도시성과 조우하며 새로운 제의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 결과 작품은 개인의 서사이지만 동시대 사회를 비추는 집단적 초상으로 기능하며, 한국 창작춤의 미래 가능성과 레퍼토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안무가 김주빈은 한국춤의 전통적 신체 원리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창작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이다. 그는 미디어아트, 연극,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춤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며 실험적 미학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특히 '새다림'과 '귀신날'은 한국적 소재와 신체 메소드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대표작으로, 전통과 현재가 공명하는 창작춤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의 작업은 절제된 움직임 속에 응축된 에너지와 리듬, 호흡의 미학을 통해 한국춤 고유의 정체성을 현대 무대 언어로 전환하는 데 주목한다. Jubin Company 역시 안무 구조와 공연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레퍼토리 전형을 제시하며 단체의 예술적 지평을 확장해 왔다. 나아가 국내외 페스티벌과 레지던시를 통해 축적된 국제 교류는 한국 창작춤의 동시대적 가치와 문화적 확장성을 세계 무대에 환기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다.
‘귀신날’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작이 다층적인 귀신들의 서사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확장했다면, 이번 작품은 하나의 회사원과 '해님 달님'의 서사를 축으로 시제를 교직하는 보다 응축된 극성을 구축한 점이다. ‘죽은 자를 통해 산 자를 성찰한다’라는 작품의 근원적 문제의식은 유지되지만, 그 시선은 집단적 서사에서 동시대 개인의 내면과 일상으로 더욱 깊숙이 침잠한다. 이번 무대는 현대인이 마주한 불안과 욕망, 삶의 균열을 섬세한 결로 포착하였다.
'귀신날_도시의 밤'은 신화와 설화의 기억을 동시대 도시의 감각 속으로 이식하여,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 공동체적 연대의 의미를 성찰하였다. 한국춤의 호흡과 정서, 유럽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신체성, 라이브 음악이 결합한 공연은 전통과 현대, 현실과 초월, 인간과 귀신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무대 언어를 구축했다. 이 작품은 개인의 서사를 동시대 사회의 집단 초상으로 확장하며, 한국 창작춤의 새로운 전형과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Jubin Companyⓒ옥상훈&전희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