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세대 게임인' 위메이드 박관호는 왜 中자본 손잡고 '엑시트'했나

글로벌이코노믹

'1세대 게임인' 위메이드 박관호는 왜 中자본 손잡고 '엑시트'했나

새로운 대주주 네오펄스, 알리바바계 투자사
총 매각대금 9200억 원…주가 대비 3배 '웃돈'
中 인기 게임 '미르', 로열티 미지급 '골머리'
천덕꾸러기 블록체인, 알리바바에겐 '해외 거점'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자. 사진=위메이드이미지 확대보기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자. 사진=위메이드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창업자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최근 중국계 투자사에 매각했다. 1세대 게임인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매각하고 완전히 손을 뗀 보기 드문 엑시트(Exit) 사례로 게임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위메이드의 공시에 따르면 박 의장은 당초 보유하던 자사주 1335만738주(지분율 39.33%)를 주당 6만8910원씩 총 9200억 원에 중국계 투자 플랫폼 기업 네오펄스(NeoPulse Co., Ltd.)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일 종가 1만9330원 대비 3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 계약이다.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투자사 솅송(Shengsong)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위메이드 측은 "네오펄스는 알리바바와 중국 주요 게임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보유한 곳"이라고 밝혔다.

박관호 의장은 1990년대 액토즈소프트에서 MMORPG '미르의 전설' 개발에 참여했던 1세대 게임인으로 2000년에 위메이드를 창립했다. 김택진 엔씨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동시대 1세대 게임인들이 여전히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과거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경우에도 같은 한국인, 한국 회사에 매각한 사례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박 의장의 이번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경기도 판교 위메이드 사옥. 사진=위메이드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판교 위메이드 사옥. 사진=위메이드

현업 게임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견게임사가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는 점에 우려하는 이들도 있는 한편 이번 매각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위메이드의 매각을 납득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르' IP의 특수성을 언급한다. 미르는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던파)'와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 메가톤급 히트를 거둔 국산 IP로 손꼽힌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문제로 이러한 성공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를 비롯한 국제 중재를 통해 IP 로열티 지급 명령을 끌어냈음에도 현지 기관의 집행 지연, 재산 은닉 등으로 권리를 되찾지 못했다. 이에 관해 위메이드는 지난해 5월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미르 IP 관련 3개 게임의 소송 결과 지급받지 못한 로열티가 총 53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위메이드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해온 블록체인 사업 또한 매각 요인으로 꼽힌다. 박 의장보다 앞서 회사를 이끌던 장현국 전 대표는 자체 블록체인 위믹스(WEMIX)를 구축하고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전면 추진했다. 지난 2024년 들어 허위 공시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박 의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했으나 이듬해 해킹 논란으로 업비트를 위시한 국내 거래소에서 일제히 거래가 종료되는 등 잡음이 계속됐다.

알리바바계 자본인 네오펄스가 위메이드 지분을 3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인 이유도 이와 맞물린다. 중국 기업으로서 미르 IP의 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위메이드의 가치를 액면가보다 높이 평가한 것이다. 알리바바가 지난 2016년 자회사 '앤트그룹'을 세우고 블록체인 사업을 장기간 추진해온 만큼 중국 바깥에서 입지를 다진 블록체인 위믹스 또한 높은 잠재력을 가진 매물로 보였을 것이다.
박 의장은 매각 공시 직후 사내 메시지를 통해 "미르 IP는 중국에서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두 축을 온전한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이에 걸맞은 파트너와 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엑시트가 환경 변화 속에서 활로를 찾던 1세대 게임인과 해외 영토 확보를 노리는 중국 자본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