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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달러 베팅 통했다… 시노코, 중동 전쟁 속 사상 최대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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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달러 베팅 통했다… 시노코, 중동 전쟁 속 사상 최대 수익

이스라엘·미국 연합군 이란 공격 전 초대형 유조선 10% 선점, 하루 운임 38만 5000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으로 수송 수요 급증, 국내 해운·정유업계 공급망 영향 점검
중동 분쟁으로 국제 해운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계 선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분쟁으로 국제 해운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계 선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 분쟁으로 국제 해운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계 선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가현 시노코 회장은 전쟁 직전 70억 달러(107100억 원)를 투입해 초대형 유조선(VLCC)을 집중 확보했고, 이는 운임 폭등 국면에서 사상 최대 초과 수익으로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우회 항로가 늘어나고 수송 단가가 급등하면서 선제 투자는 막대한 결실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현지시각) 보도에서 한국 해운 대기업 시노코가 중동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선박 추적 기관 케플러 자료를 보면 시노코 소속 초대형 유조선 플라타 캐리어호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인도 동부 정유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전쟁 직전 감행한 70억 달러의 투자

시노코는 지난해 말부터 중고 유조선 매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정 회장은 이탈리아 자산가이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MSC 공동 창업자인 잔루이지 아폰테와 손을 잡았다. 아폰테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컨테이너선 호황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시노코에 투자했다. 그리스 규제당국 서류를 보면 MSC 자회사는 시노코 지분을 인수한 상태다.

그리스 선박 중개업체 엑스클루시브 선박중개인들의 에이리니 디아만타라 분석가는 시노코가 현재 사유 선박과 장기 용선을 포함해 유조선 160척 이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한 번에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이다. 클락슨 기준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은 약 900척 규모다. 업계 브로커 추정 기준으로 시노코가 통제하는 선박 비중은 약 10% 수준에 이른다.

선박 매각에 나섰던 기존 해운업계는 처음에 정 회장의 과감한 투자를 의심했다. 해운 시황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전면전이 터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하루 운임 38만 5000달러, 26년 만에 최고치


지정학 위험이 커지자, 수송 운임은 폭등했다. 해운 조사 기관 클락슨 연구소 자료를 보면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격 직후인 지난 3월 초대형 유조선의 하루 평균 현물 운임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용선료 환산(TCE) 기준 385000달러(589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는 기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액수다.

시노코는 전쟁 초기 유조선들을 호르무즈 해협 후방에 배치해 바다 위 저장소로 활용했다. 이후 해협 내부와 걸프만 외곽을 오가는 셔틀 운항으로 원유를 실어 날랐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시노코 운용팀이 운임 선물 시장에서도 매수 포지션을 취해 운임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평화 협정에 서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통행 제한이 풀리자 밀렸던 원유 수송 수요가 몰리며 유조선 몸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불안이 오래 가면서 복잡해진 운항 경로와 높은 운임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 통제력 논란과 대만 선사의 교훈


일각에서는 시노코가 자금력을 앞세워 특정 항로의 선복량을 조절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조선 공급을 고의로 늦춰 운임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고 선박 매매 시장은 거래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독과점 당국의 규제가 어렵다.

반면 해운 시장은 현물 비중과 장기 계약 물량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 사업자의 가격 통제력은 제한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과거 과도한 부채를 일으켜 사이클에 베팅했다가 파산한 사례는 여전한 경고판이다. 2000년대 중국 경제 성장기에 대만 선박왕 노부 수는 원자재 운반선을 대거 사들여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후 유조선 시장까지 지배하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몰락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베팅이 노부 수의 사례와 유사한 사이클 베팅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 변수를 실시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 유조선 운임 고공행진은 국내 정유·해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수송 비용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압박을 받았다. 운임 상승이 원유 도입 단가를 끌어올려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구조다.

다만 장기 계약 비중이 높은 정유사는 단기 현물 운임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선복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국내 화주들도 장기 용선 계약 체결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해운 시장 추세를 가를 핵심 변수는 중동 평화 협정의 이행 속도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 시점이 꼽힌다. 지정학 리스크 완화로 수송로가 안정되면 운임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아시아 정유사들의 원유 비축량 변화도 유조선 수요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미국 행정부의 제재 유예 조치 지속 여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속도가 유조선 시황의 중장기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