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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AI 모델 공세에 흔들리는 美 규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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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AI 모델 공세에 흔들리는 美 규제전선

키미 K3·큐원 3.8 맥스 잇단 등장…저가 오픈웨이트 모델 미국 기업서 확산
오픈AI·앤트로픽 “안보 위험”…백악관은 규제 필요성 놓고 내부 이견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문샷AI의 ‘키미 K3’ 홍보 부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문샷AI의 ‘키미 K3’ 홍보 부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저가·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이 미국 기업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미국 AI 업계와 정책당국 사이에서 중국산 AI의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이 국가안보와 AI 개발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의 선두 AI 기업들이 규제를 이용해 값싼 경쟁 모델을 시장에서 밀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산 모델의 미국 내 사용을 제한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키미 K3·큐원 3.8 맥스 잇단 등장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공개된 문샷AI의 ‘키미 K3’와 알리바바의 ‘큐원 3.8 맥스’다.

두 모델은 이용자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키미 K3는 일부 성능평가에서 미국 주요 AI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나타냈다.

이들 모델은 이용자가 모델의 가중치를 내려받아 자체 기업 데이터와 특정 업무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방식이다. 일반적인 폐쇄형 AI 모델보다 이용자의 통제 범위가 넓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문샷AI는 지난 16일 키미 K3를 공개했다. 회사는 이 모델을 자사 최신 주력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모델을 사용하는 미국 기업이 늘면서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의 선두 모델 개발업체가 현재의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값싼 모델이 미국산 첨단 모델의 성능을 따라잡으면 미국 기업들이 AI 이용료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수년간 수조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오픈AI 측 “AI 공공재화하면 개발 재원 부족”


딘 볼 오픈AI 전략미래 총괄은 17일 에 올린 글에서 "오픈웨이트 모델이 시장을 지배할 경우 AI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는 디지털 공공 기반시설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중국이 제시하는 ‘AI 공산주의’에 빗대며 디스토피아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 총괄은 최첨단 AI 기업들이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연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가 비용을 거의 내지 않는 AI 모델만 사용하면 최첨단 모델의 지속적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볼 총괄은 이후 미국 정부에 중국산 AI 사용 억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픈AI도 그의 발언이 회사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자체 오픈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폐쇄형 도구만 개발했던 과거의 전략이 현명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 앤스로픽 “사이버 역량 갖춘 모델 공개 위험”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도 강력한 AI 모델을 누구나 내려받아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데 따른 위험을 지속해서 경고해왔다.

아모데이 CEO는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고도화된 사이버보안 능력을 지닌 AI 모델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AI 감독 강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오픈웨이트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면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 무기 개발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강력한 모델을 공개할 경우 안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높고 자체 시스템에서 통제할 수 있는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오픈웨이트 모델의 접근성을 제한하면 미국 기업의 AI 비용 절감과 기술 활용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 백악관 “규제 포획 전략” 비판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중국산 AI 규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벤처투자자 출신인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암호화폐 특별고문은 볼 총괄의 발언을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규제 포획 전략’으로 해석했다.

색스 고문은 19일 X에 올린 글에서 규제의 불확실성을 경쟁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색스 고문을 비롯한 규제 반대론자들은 앤스로픽 등 미국 AI 기업들이 새로운 법과 정책을 이용해 경쟁사의 성장을 막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향후 1년 안에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비판의 배경이 됐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구글 딥마인드의 CEO들은 AI 모델의 이용이 확산할수록 정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잇달아 밝혔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오픈 모델 개발업체도 AI 규제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중국 AI 기업 제재 방안도 검토


미국 행정부의 안보 담당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오픈 모델을 개발하는 중국 AI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중국 AI 기업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거나 보안 경고를 발령하는 방안, 오픈 모델을 겨냥한 행정명령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행정부 내부의 이견으로 실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AI 기업들이 가장 강력한 모델을 공개하기 최대 30일 전에 정부에 미리 접근권을 제공하도록 한 최근 행정명령의 시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의회는 지난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우려를 이유로 연방정부와 국방 네트워크에서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사용을 제한했다. 다만 의회와 행정부는 그 이후 중국산 AI 모델 전반을 대상으로 한 추가 규제는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 당국은 일부 중국 AI 기업이 증류라는 기법을 이용해 미국 선두 모델의 성능을 확보하는 문제도 주시하고 있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기존 모델의 출력과 작동 방식을 이용해 소형 모델의 능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 미국도 오픈웨이트 모델 추격


미국의 오픈웨이트 모델도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미라 무라티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끄는 싱킹머신스랩은 15일 첫 번째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3 울트라’도 이용이 늘고 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오픈 모델 개발업체 리플렉션AI는 올해 안에 첫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육성하는 동시에 보안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웨이트 모델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 기업이 저렴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와 첨단 기술이 미국에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문제 사이의 충돌을 드러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