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이미 원가 상승 부담…SDV 확산에 車 메모리 수요도 증가
스마트폰·PC 수요 줄여도 AI 서버가 흡수…“메모리 아닌 AI 사이클”
스마트폰·PC 수요 줄여도 AI 서버가 흡수…“메모리 아닌 AI 사이클”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스마트폰과 PC, 전장 등 완제품 산업으로 원가 부담이 번지는 모습이다.
26일 반도체·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메모리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이 필요한 물량을 배정해준 데 감사를 표시했다. 노키아도 메모리 가격 상승을 주요 원가 부담으로 지목하며 설계 변경으로 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면 고객사와 가격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 투자가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반면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다.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은 물량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PC 업체가 탑재량을 줄여도 AI 데이터센터가 물량을 흡수해 과거처럼 빠른 수요 조정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규 공장이 가동돼도 양산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차가 크다. 기존 라인 증설에는 1~2년, 신규 라인에는 2~3년이 필요해 본격적인 공급 확대 효과는 2028년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도 내년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메모리 경기 사이클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정된 생산능력이 HBM에 더 배정될수록 범용 D램 공급 여력은 줄어든다"며 "과거의 전형적인 메모리 사이클보다 AI 수요가 생산과 투자 방향을 좌우하는 'AI 사이클'에 가깝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이 길어질수록 국내 산업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가격 상승과 협상력 강화가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PC·스마트폰과 전장 업체에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당장 완제품 가격을 크게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처럼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나는 영역이 확대될수록 가격보다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산업 전반의 새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물량 확보가 가격보다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