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교역상대에 10~12.5% 관세…미국 수입 99.4% 영향
중동 에너지 충격 속 무역법 301조로 법적 기반 보강
중동 에너지 충격 속 무역법 301조로 법적 기반 보강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0개 교역상대를 겨냥한 새로운 관세를 시행하면서 글로벌 무역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과 물가 압력이 이미 쌓인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에 더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충분히 금지하거나 관련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0개 교역상대에 10% 또는 1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다. 트럼프의 새 관세는 24일 오전 0시1분부터 시행돼 같은 날 만료된 10% 임시 기본관세를 대체했다.
CNBC는 이번 관세가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경제환경에서 시행돼 글로벌 성장에 구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 시장 충격 작았지만 경제여건은 더 악화
CNBC에 따르면 새 관세가 시행된 24일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기존 10% 임시관세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관세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25년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발표해 주식시장을 급락시켰던 ‘해방의 날’ 당시와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투자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첫 반응이 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조치의 경제적 충격까지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엠마 모리아티 CG애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충격과 공급망 차질에도 관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이 저성장과 고물가가 결합한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러스 몰드 AJ벨 투자책임자도 “새 관세가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기술업계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로 흔들리는 시장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진단했다.
◇ 대법원 제동 뒤 무역법 301조로 우회
이번 관세는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와 법적 근거부터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며 기존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임시관세를 부과했다. 이 조치의 적용 기한이 24일 끝나자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새로운 관세 체제로 전환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고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USTR이 판단하면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USTR은 지난 3월부터 60개 교역상대의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를 조사했다. 6월 예비판정을 내린 뒤 1600건이 넘는 의견서와 100명이 넘는 증인의 진술을 검토해 최종 관세를 확정했다.
CNBC는 “무역법 301조를 활용하면서 지난해 관세를 무너뜨린 법적 취약성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관세를 단기적인 협상 수단이 아니라 미국 경제정책의 지속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 미국 수입 99.4% 포괄하는 광범위 관세
USTR 조사 대상인 60개 교역상대는 미국 전체 수입액의 99.4%를 차지한다.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약속한 교역상대에는 10%가 적용됐다.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12.5%가 부과됐다. 일부 원자재와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한 제품 등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CNBC는 적용 대상이 사실상 미국 수입의 대부분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단기적인 협상용 관세로만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의 제한적인 보복과 뚜렷한 물가 급등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관세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앨런 시오 나인티원 신흥시장 회사채 공동대표는 “주요 교역국들이 당장 강하게 보복하기보다 미국 관세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관세·유가 겹치면 연준 금리 인상 압박
새 관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면 미국의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앞서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2027년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 상승으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매슈 라이언 이버리 시장전략 책임자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가 일시적인 위험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CNBC는 이번 관세가 지난해처럼 시장을 즉각 급락시키지는 않았지만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물가 압력이 겹친 상황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통화긴축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