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누가 희망친구 기아대책 인도적지원팀 과장
이미지 확대보기이런 아픔은 현장을 옮길 때마다 반복됐다. 현장 조사 첫날, 한 중년 여성이 무너진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종일 가족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건물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파티를 하던 중 지진으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으며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런데 긴급구호 현장에서 가장 큰 위로와 힘은 뜻밖에도 현지 주민들과의 만남이었다.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매 순간 조심스럽지만,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은 현장을 버텨낼 힘이 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인사를 건네면, 한국 사람이 너무 보고 싶었다며 소리 지르는 이들이 있었고, 팔에 새긴 방탄소년단(BTS) 문신을 보여주는 청년도 있었다. 당장 생활이 쉽지 않을 텐데도 먼저 물을 건네주는 주민들도 있었다.
현장을 살펴본 뒤 구호팀은 본격적인 지원 활동을 준비했다. 재난 초기 대응에서는 보통 식량 지원이 최우선으로 꼽히지만, 베네수엘라 현장의 식량 사정은 당장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만큼 시급하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이런 모습은 마을마다 이어져 온 '올랴 코무니타리아(Olla Comunitaria)' 문화와도 닿아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큰 솥을 걸어두고 각 가정이 재료를 조금씩 가져와 함께 스튜를 끓여 나누는 공동체 문화다. 현장을 둘러보며 식량보다 위생용품과 생활물자가 더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구호팀도 비식량 구호물자(NFI)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갔다. 현장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곧 필요한 지원을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배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정확한 현장 조사와 필요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지역과 캠프마다 피해 규모와 지원 상황이 달랐기에, 상대적으로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다녔다. 텐트가 열 개도 되지 않는 작은 이재민촌이 보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찾아갔고, 그곳에서 다시 다른 곳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지원 영역을 넓혀갔다.
필요한 물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에서는 텐트조차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은 마트와 도매상점의 빈 진열대만 마주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먼저 확보할 수 있었던 태양광 조명을 우선 전달하고, 위생용품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곧바로 마트로 향했다. 그렇게 모은 물품은 현지 NGO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위생키트로 완성됐고, 다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머무는 2주 동안 우리는 마을과 캠프 리더들을 계속 만나며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원 계획을 조금씩 다듬어 갈 무렵, 어느새 출국일이 다가왔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송금 한 번도 쉽지 않았고, 필요한 물품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구매를 진행해야 했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현지 협력단체가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준비를 마쳤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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