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0만3203대, 셀토스보다 12만대 이상 앞서
글로벌 누적 800만대…유럽서 상품성·현지화 경쟁력 입증
글로벌 누적 800만대…유럽서 상품성·현지화 경쟁력 입증
이미지 확대보기기아 스포티지가 1993년 첫선을 보인 출시 33년이 지난 올해에도 글로벌 판매 선두를 지키고 유럽의 최신 비교평가에서 1위에 오르며 장수 모델을 넘어 현역 주력 차종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6일 기아에 따르면 스포티지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0만3203대가 판매돼 기아 전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셀토스는 17만7148대, 쏘렌토는 12만5283대가 팔렸다. 스포티지가 2위 셀토스를 12만6055대 앞선 것으로, 기아의 상반기 전체 판매 163만988대 가운데 18.6%를 홀로 책임졌다.
판매 흐름은 6월에도 이어졌다. 스포티지는 한 달간 5만4058대가 팔려 셀토스와 K4를 제치고 기아의 글로벌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이 가운데 해외 판매는 4만7882대로 전체의 88.6%를 차지했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1962년 이후 가장 많은 163만98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 세운 종전 기록 158만7536대를 1년 만에 넘어섰다. 전기차와 목적기반차량(PBV)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회사의 판매 규모를 가장 크게 떠받친 차는 여전히 스포티지였다.
33년간 800만대…도심형 SUV에서 기아 간판으로
스포티지는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 800만대를 넘어 기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차명으로 자리 잡았다. 1993년 최초의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표방하며 등장한 뒤 오프로드 중심이던 SUV를 일상과 레저에 함께 쓰는 차로 확장했다. 첫 세대는 출시 첫해 8877㎞에 달하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국산차 최초로 완주하며 내구성을 알렸고, 세계 최초로 무릎 에어백을 적용해 안전 기술에서도 이름을 남겼다.
스포티지의 성장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속도가 붙었다. 2세대는 글로벌 누적 121만대가 판매됐고, 2010년 선보인 3세대 스포티지 R은 220만대를 기록했다. 피터 슈라이어가 이끈 '호랑이코' 그릴과 날렵한 차체를 앞세워 '디자인 기아'의 변화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시기다. 4세대는 역대 세대별 최다인 229만대가 팔리며 스포티지를 기아의 확실한 글로벌 간판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등장한 5세대는 기아의 브랜드 재정립 이후 처음 출시된 스포티지다. 이전 세대에서 쌓은 디자인과 안전 경쟁력에 전동화와 지역별 상품 전략을 더했다. 스포티지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했고, 유럽과 남미에는 상대적으로 짧은 축거 모델을, 한국과 북미에는 실내 공간을 넓힌 긴 축거 모델을 투입했다. 세계에 같은 차를 일괄 공급하는 대신 도로 환경과 소비자 취향에 맞춰 차체부터 달리한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생산도 현지에 뿌리를 내렸다. 기아는 2세대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스포티지를 생산해 왔으며, 5세대에는 유럽 도로와 소비자 수요에 맞춘 전용 모델을 별도로 개발했다. 질리나 공장은 연간 약 35만대의 차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여러 차종과 파워트레인을 한 생산라인에서 조립한다. 판매처 가까이에서 생산하고 현지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는 체계가 스포티지의 유럽 내 입지를 받치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오래된 차명을 유지하면서도 낡은 모델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세대별로 품질과 디자인, 안전, 전동화라는 새로운 구매 기준을 흡수하면서 이름은 그대로 두고 역할을 바꿨다. 30년 넘은 차명이 올해 상반기에도 월평균 5만대 이상 팔린 것은 과거의 인지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獨 경쟁차 제치고 1위…英 누적 판매도 50만대
최근 유럽에서 나온 평가는 스포티지의 경쟁력이 판매 이력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가 스포티지와 마쓰다 CX-5, 포드 쿠가,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를 비교한 결과 스포티지는 총점 54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공동 2위인 CX-5와 쿠가는 각각 535점, C5 에어크로스는 533점을 받았다.
평가는 바디와 안전성,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친환경성, 비용 등 7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스포티지는 이 가운데 바디와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등 4개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실주행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스포티지는 시속 80㎞에서 120㎞까지 가속하는 데 6.8초가 걸렸고, 시속 100㎞에서 완전히 멈추는 제동거리는 36.0m로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짧았다. 소재와 마감의 완성도, 넉넉한 실내 공간, 물리 버튼을 활용한 직관적인 조작 방식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화면 안에 기능을 몰아넣는 흐름 속에서도 자주 쓰는 기능을 손으로 바로 조작하도록 한 구성이 실사용 편의성으로 이어졌다.
판매 기반도 단단하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유럽에서 약 14만9000대가 팔렸고 영국 자동차 시상식 '왓 카 어워즈'에서는 4년 연속 '올해의 패밀리 SUV'로 선정됐다. 영국에서는 최근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어섰다. 50만번째 차량도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으며, 스포티지는 지난해 영국에서 4만7788대가 등록돼 SUV 판매 1위에 올랐다.
하이브리드는 장수 모델의 생명력을 늘리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약 1만6000대 늘었다. 전기차로 단번에 넘어가기 부담스러운 고객을 하이브리드가 흡수하면서 스포티지의 고객층도 넓어졌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시장별 선택지를 유지한 전략도 판매 저변을 받치고 있다.
기아는 미국에서도 스포티지를 회사 최초로 연간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단일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기차 라인업과 PBV 사업이 미래의 외연을 넓힌다면 스포티지는 현재의 판매량과 수익 기반을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누적 800만대는 스포티지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지만 올해 상반기 30만대와 독일 비교평가 1위, 영국 누적 50만대는 이 차의 경쟁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33년 전 새로운 도심형 SUV 시장을 열었던 스포티지는 이제 기아의 과거를 상징하는 모델이 아니라 전동화 전환기에도 판매 전면을 지키는 현역 간판으로 남아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