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돈 희망친구 기아대책 인도적지원팀장
이미지 확대보기한 달 만에 다시 찾은 라과이라는 이전에 비해 한결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거리의 잔해는 대부분 수거됐고, 일부 가정에서는 이미 집 수리를 시작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만 한때 이재민 캠프 지원을 위해 검문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던 차량의 행렬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부의 도움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원래의 자리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라과이라 지역의 급식 지원 사업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피해 주민들이 두 팔을 흔들며 긴급구호팀을 불러 세웠다. 차를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기는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수도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아 생활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현장에서 답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미리 지원 내용을 정해 오기보다는,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지원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다시 확인했다.
같은 지역에서 만난 25세의 호세 루이스는 이번 지진으로 부모님과 동생 등 가족 12명을 잃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가족이 한 마을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아직 가족들의 시신을 모두 찾지 못했다고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가족을 전부 찾을 때까지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안전화나 건전지처럼 작은 물품만 전달했을 뿐임에도 여러 번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군부가 통제 중인 일부 피해 지역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였다. 구호팀은 이러한 곳을 직접 찾아가 보고, 캠프 대신 집 근처 거리에서 임시로 거주하는 세 개 마을에 위생키트 250세트를 전달했다. 마을 대표가 작성한 명단을 확인한 뒤 기아대책 직원이 다시 배분 기록을 남겨, 지원이 각 가정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약 5억 원의 지원을 받고, 자체 모금액을 더해 총 12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지원 규모를 한층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번 지원으로 이재민들이 최소한의 위생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대한다.
이번에 준비한 지원 물품은 총 6,000개의 생활키트다. 세부적으로는 개인위생용품을 담은 위생키트 3,000개, 여성 위생용품을 담은 존엄성키트 1,200개, 기저귀와 육아용품을 담은 영유아키트 1,200개, 그리고 색연필·컬러링북·이야기책 등이 포함된 심리정서키트 600개를 마련했다.
특히 두 번째 현장 파견에서 주목한 점은 아이들을 위한 심리정서키트였다. 재난 이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먹을거리나 의류만이 아니었다. 지진을 겪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우리는 키트 하나하나에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2차 긴급구호팀은 이번 지원이 실제로 현장에 잘 전달되는지 직접 확인한다. 키트 전달 및 배분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 파트너와도 협력해 지원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8월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이번 기록의 마지막을 다시 재난 현장에서 남긴다. 현장을 다시 바라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재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뉴스에서 관련 소식이 점차 줄고 지원 차량도 부쩍 줄어든 반면,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물을 저장할 곳이 없어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흔들던 주민, 가족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밤늦도록 자리를 지키던 청년들도 있었다. 우리가 두 번째 파견에서 다시 마주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이었다.
결국 긴급구호의 시간은 단순히 물품이 전달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다시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임을 실감했다. 이번 두 차례의 파견을 통해 우리 역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 현지 주민들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