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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랠리 주도권, 빅테크서 반도체로…美 증시 쏠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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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랠리 주도권, 빅테크서 반도체로…美 증시 쏠림 경고

마이크론 올해 220%·마벨 185%·인텔 150% 급등
S&P500 상승 시총의 37% 반도체가 차지…“흔들리면 증시 큰 타격”
마이크론, 마벨, 인텔의 로고.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 마벨, 인텔의 로고. 사진=각사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주도권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등 기존 빅테크에서 반도체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올해 220% 급등하고 마벨테크놀로지와 인텔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주요 빅테크의 상승률은 한 자릿수나 10%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그러나 반도체주의 영향력이 미국 증시에서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들 종목이 흔들릴 경우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9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하드웨어 기업들이 AI 투자 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한때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27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성장 전망을 내놓은 뒤 주가가 9%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5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2%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증시 흐름을 더 길게 보면 엔비디아보다도 마이크론, 마벨, 인텔 등 다른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고 CNN은 지적했다.

◇ 마이크론 220% 급등…빅테크는 한 자릿수 상승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220% 상승했다.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 5월에는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81조원)를 넘어섰다.
마벨테크놀로지는 올해 185%, 인텔은 150%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올해 60% 넘게 올랐다.

반면 전통적으로 미국 기술주 상승을 이끌어온 빅테크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MS주가는 올해 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10개월째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은 올해 각각 약 8%, 11% 상승했지만 최근 고점과 비교하면 각각 약 15%, 10% 낮은 수준이다.

애플은 올해 약 16% 올랐다.

엔비디아 역시 올해 상승률은 22%로 마이크론, 마벨, 인텔에 크게 못 미친다.

반도체주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약 70% 상승했다.

반면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을 추종하는 ETF의 상승률은 약 4%에 그쳤다.

◇ S&P500 시총 증가분 37%가 반도체


반도체주의 독주는 미국 주가지수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는 관측이다.

S&P500지수는 올해 약 13% 상승하며 전체 시가총액이 약 7조6000억달러(약 1경496조원) 증가했다.

마이크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에 따르면 이 시가총액 증가분 가운데 37%가 반도체주에서 나왔다.

스티펠은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나스닥100에서는 반도체와 기술 하드웨어 기업을 합친 비중이 약 45%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반도체,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AI 시대의 이른바 ‘곡괭이와 삽’을 판매하면서 막대한 투자자금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MS,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은 AI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쪽에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의 수익을 늘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당장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주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 반도체가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위험


CNN에 따르면 문제는 미국 증시가 소수 반도체 기업의 상승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는 점이다.

제임스 라일리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시장 주도주인 반도체 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면 주식시장 전체가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실적 기대가 계속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기업이 높은 성장률을 반복해서 기록할수록 시장의 기대치 역시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만 전망을 밑돌아도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브로드컴은 지난 6월 3분기 반도체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에 소폭 못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이틀 동안 주가가 거의 20% 급락했다.

토머스 캐럴 스티펠 주식시장 전략가는 현재 AI 반도체주 거래가 1990년대 말 기술주 열풍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주 상승 가능성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가 둔화하는 신호가 나타날 경우 투자심리가 빠르게 변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MS,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들이 투자 속도를 늦추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마이크론, 마벨 등 AI 공급망 기업의 향후 매출 전망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맷 말리 밀러타박 수석 시장전략가는 "지난 1년간 AI 관련주에서 여러 차례 균열 조짐이 나타났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며 "이를 근거로 AI 거품 붕괴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실제로 균열이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는 무시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