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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사들인 인텔 낸드…AI 호황에 가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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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사들인 인텔 낸드…AI 호황에 가치 재평가

마이크론 시총 1450조원, 인텔의 두 배 넘어
SK하이닉스 2분기 매출 257% 급증…인텔 파운드리는 2조9000억원 적자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

인텔이 6년 전 SK하이닉스에 매각하기로 한 낸드플래시 사업이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초호황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낸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기민감형 사업이었고 실제로 2022~2023년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메모리를 빨아들이면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인텔이 떠난 메모리와 집중한 파운드리 사업의 현재 성적표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인텔이 지난 2020년 10월 SK하이닉스에 낸드 메모리·스토리지 사업을 90억달러(약 12조429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현재의 시장 상황을 토대로 재평가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매각 대상에는 인텔의 SSD 사업, 낸드 부품과 웨이퍼 사업, 중국 다롄 낸드 공장이 포함됐다.

◇7조달러 아닌 70억달러 받고 솔리다임 출범

거래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29일 1차 거래를 마무리하면서 인텔에 70억달러(약 9조6670억원)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의 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이 SK하이닉스로 넘어갔고 SSD 사업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인텔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낸드 기술과 지식재산권(IP), 관련 인력은 2025년 3월27일 2차 거래가 끝나면서 이전됐다.

인텔은 당시 조정액을 반영해 약 19억달러(약 2조6240억원)를 추가로 받았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인텔은 2020년 거래를 발표하면서 매각대금을 AI, 5세대 이동통신(5G), 지능형 자율 엣지 등 장기 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틀리풀은 이후 인텔의 사업전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인텔 파운드리 매출 늘었지만 2조9000억원 적자

인텔 파운드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58억달러(약 8조1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다만 이 매출에는 인텔 자체 제품 사업부에서 발생한 내부 거래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파운드리는 같은 기간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텔 전체 2분기 매출은 161억달러(약 22조234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어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핵심 투자처인 파운드리는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모틀리풀은 인텔이 낸드 사업을 정리하고 파운드리에 집중했던 당시 판단 자체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낸드는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범용 메모리 사업이었고 인텔은 동시에 주력 반도체 제조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매각 직후 메모리 시장은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마이크론은 2023회계연도 58억3000만달러(약 8조5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연간 매출도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인텔은 메모리 불황이 본격화하기 전에 SK하이닉스로부터 70억달러를 이미 확보해 낸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손실과 추가 설비투자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AI가 판 뒤집었다…SK하이닉스 매출 257% 급증

상황을 뒤집은 것은 AI였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D램과 낸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메모리 가격도 급등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79조31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7% 늘었다.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으로 55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76%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을 더한 상반기 누적 매출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성능 제품이 D램과 낸드 전반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이달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약 3개월 동안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계획도 승인했다.

인텔이 떠난 메모리 시장이 AI 시대의 대표적인 공급부족 산업으로 바뀐 셈이다.

◇마이크론 시총 1450조원…인텔의 두 배 넘어

현재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약 1조500억달러(약 1450조원)에 이른다.

인텔의 약 4640억달러(약 641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만 모틀리풀은 이 비교를 인텔이 매각한 사업과 마이크론의 현재 사업가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의 기업가치 급등을 이끈 핵심은 D램과 AI 데이터센터용 HBM이다.

인텔이 2020년 SK하이닉스에 매각한 사업은 낸드와 SSD였기 때문에 당시 팔았던 자산 자체가 현재 마이크론의 1조달러 기업가치로 변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마이크론은 인텔이 메모리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메모리 산업 전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비교 대상으로 활용된 것이다.

◇“당시엔 합리적…지금 성적표로는 비싼 선택”

모틀리풀은 결국 인텔의 낸드 매각을 당시의 판단과 현재의 결과로 나눠 평가했다.

2020년 당시에는 낸드가 대규모 자본투자를 요구하는 범용 사업이었고 인텔이 파운드리 정상화와 낸드 투자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90억달러의 매각가격은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인텔이 낸드를 계속 보유했다면 2023년 메모리 불황에 따른 손실과 추가 투자도 직접 부담해야 했다.

반면 AI가 메모리를 희소한 자원으로 바꾼 현재 시점에서는 인텔이 떠난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높아진 데 비해 인텔이 집중해온 파운드리는 여전히 분기마다 적자를 내고 있다.

모틀리풀은 이런 현재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낸드 사업 철수가 결과적으로 더 비싼 선택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메모리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어서 공급이 늘고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 현재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 파운드리가 향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경우 매각에 대한 평가 역시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