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형 알스퀘어디자인 브랜딩 담당 상무
이미지 확대보기누구한테 연락하지. 접수는 제대로 된 걸까. 오늘 오나, 내일 오나. 직원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하지. 시설 담당자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질문이 쌓인다. 그리고 정작 본인도 답을 모른 채로, 위에서는 '도대체 언제 해결되느냐'는 날 선 질문이 꽂힌다.
집이라면 며칠 참으면 그만이다. 사무실은 다르다. 그 공간에서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함께 일한다. 공조 하나가 이상해도 문의 전화가 여러 군데서 쏟아진다. 누수가 생기면 경영지원팀이 움직인다. 하자 하나가 순식간에 여러 사람의 일이 된다.
냉난방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 회의실 하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도 일정과 동선이 꼬인다. 작은 시설 문제가 구성원의 업무경험(WX)을 방해하고, 반복되면 공간과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공간의 문제는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 및 경영 성과와 연결된다.
시간이 지나면 하자의 성격이 바뀐다
오랫동안 사무실 준공 이후의 현장을 누볐다. 그러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문제로 변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고장'이다. 하루가 지나면 불편해진다. 이틀, 사흘이 지나도록 기약이 없으면 못 미더워지기 시작한다. '겨우 이런 곳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 무렵이다. 시설 문제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신뢰 스트레스로 바뀌어 있다.
실제로 다른 회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했던 한 담당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회의실 문이 덜렁거리며 계속 소리가 나 인테리어를 시공했던 회사에 연락했다. 돌아온 답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연락이 없었다. 재차 연락한 끝에 일주일 뒤에야 방문하겠다는 답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사무실 근처의 다른 인테리어 업체에 다시 의뢰해 회의실 문을 고쳤다.
문 하나의 문제였다. 수리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고객에게 남은 기억은 고장 난 문보다 “공사를 맡긴 회사가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경험이었다. 하자의 크기와 고객이 받는 스트레스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작은 문제라도 언제 해결될지 모르고, 고객이 몇 번씩 연락해야 한다면 문제는 시설을 넘어 관계와 신뢰의 문제로 바뀐다.
좋은 업무 공간은 보기 좋은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고, 문과 조명이 제 기능을 하고, 회의실을 필요한 때 사용할 수 있고, 집중해야 할 때 불필요한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것까지 모두 공간 경험의 일부다.
멋지게 설계된 공간이라도 이런 기본적인 경험이 반복해서 깨지면 구성원이 느끼는 WX는 나빠진다. 그리고 그 불편을 처리하기 위해 경영지원팀과 총무팀의 시간이 계속 투입된다면 기업의 운영 효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간의 완성도는 준공 사진을 찍는 순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하는 시간 속에서 계속 평가된다.
시설은 고치면 된다. 무너진 믿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자 대응을 ‘수리 속도’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고객이 불안해하는 시간을 얼마나 빨리 걷어내느냐'의 문제로 본다.
말로만 이렇게 정리한 건 아니다. 준공 이후 현장을 꾸준히 누볐다. 고객이 연락하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문제가 터지기 전에 먼저 찾아가 균열이나 누수, 공조 상태를 살피는 일도 병행했다. 이렇게 쌓인 점검·대응 건수가 1만 건을 넘는다.
3년, 1만 건이 남긴 숫자
그 기록을 뜯어보니 하자 접수 후 평균 현장 방문까지 1.5일, 조치 완료까지 1.7일이 걸렸다. 이틀 안팎이었다. 숫자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움직인 게 아니라 3년간 실제로 해온 일을 세어봤더니 그 숫자가 나왔다. 그래서 최근 AS 등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 이름도 ‘48솔루션팀’으로 바꿨다.
48솔루션팀이 하는 일은 단순히 고장 난 것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장의 문제를 빠르게 확인하고, 고객에게 현재 상황과 조치 방향을 설명하고, 해결될 때까지 진행 상황을 관리한다.
고객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언제, 어떻게 해결되는지 모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48이라는 숫자는 수리시간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객이 답 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기준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따로 있다. 2025년 기준 준공 1개월 이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6점이었는데, 6개월이 지난 시점의 만족도는 오히려 4.93점으로 올라갔다. 시간이 지나면 사용 흔적이 쌓이고 숨어 있던 하자도 드러나기 마련인데, 만족도는 거꾸로 움직였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객은 준공 직후 공간이 얼마나 완벽했는지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함께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공사도 좋은 기억이지만, 문제가 생겼는데 누군가 빠르게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끝까지 해결해준 경험은 그보다 더 진하게 남는 게 아닐까.
설계 도면에는 준공일이 적혀 있다. 공사에도 끝나는 날이 있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준공일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직원들이 들어와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가 진짜 공간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만든 회사의 시계는 언제 멈춰야 할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화려한 공간은 눈에 남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얼마나 빨리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는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