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대차그룹, 엔비디아로 자율주행 속도전…'아트리아 AI'로 기술 내재화

글로벌이코노믹

현대차그룹, 엔비디아로 자율주행 속도전…'아트리아 AI'로 기술 내재화

2028년 엔비디아 기반 L2++ 양산…2029년 자체 AI '아트리아' 적용
연 700만대 판매 기반 데이터 확보…실도로 학습·VLA 기술 고도화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테스트베드 차량이 혼잡한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강남 출근 시간대와 대형 차량이 많은 도로, 우천 상황 등 다양한 실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테스트베드 차량이 혼잡한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강남 출근 시간대와 대형 차량이 많은 도로, 우천 상황 등 다양한 실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의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로 양산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아트리아 AI(Atria AI)'를 내재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 연간 700만대 이상의 글로벌 판매 기반과 실도로 데이터를 '데이터 플라이휠'로 연결해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학습 속도와 양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개발 전략과 양산 로드맵, 아트리아 AI와 차세대 VLA 기술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레벨 2++'로 표현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6 기반 SDV 테스트베드가 강남 출근길과 대형차 통행이 많은 잠실, 비가 내리는 판교 등 복잡한 도심을 주행하는 영상도 처음 선보였다.

주행 영상은 판교에서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 동작대교, 숭례문,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도심 원테이크 영상, 주요 엣지 케이스 대응 장면으로 구성됐다. 갓길 정차 차량 회피와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혼잡구간 보행자와 이면도로 대향차 인식 등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10개 상황에서 차량이 주변을 인식하고 경로를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축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 '하이페리온 10'을 중심으로 센서 체계를 표준화하고 2028년 상반기 레벨 2+, 같은 해 하반기 레벨 2++ 기능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이후 가능한 많은 차종에 카메라 10개와 전방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 12개로 구성된 공통 센서 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량용 컴퓨터는 엔비디아 오린X와 토르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레벨 3 자율주행을 고려해 라이다 적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두 번째 축은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하는 E2E 기반 아트리아 AI다. 두 조직은 개발 환경과 업무 프로세스, 정보 공유 체계를 통합해 사실상 하나의 개발팀처럼 움직이고 있다.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 2++ 양산 목표는 2029년 하반기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까지 주행·주차·능동안전 기능을 제품 수준으로 완성하고, 2028년에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집중 확보한 뒤 2029년 북미와 유럽 등에서 안전 인증을 준비할 계획이다.

아트리아 AI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잡은 것도 의도적인 선택이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현장 질의응답에서 "총력을 다하면 더 빨리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둘러 양산할 경우 궁극적인 자체 자율주행 기술 목표인 '노스 스타'와 거리가 있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보고, 엔비디아 솔루션으로 2028년부터 먼저 양산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 동안 자체 AI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두 전략을 하나로 묶는 엔진이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학습해 AI를 개선한 뒤 다시 차량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19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기반을 장기적으로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 생태계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데이터 플라이휠' 핵심 기술.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과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스페셜 이벤트 레코더(SER), 글로벌 개발 거점의 시차를 활용한 '팔로우 더 선' 등을 통해 자율주행 AI의 학습·검증 속도를 높인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의 '데이터 플라이휠' 핵심 기술.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과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스페셜 이벤트 레코더(SER), 글로벌 개발 거점의 시차를 활용한 '팔로우 더 선' 등을 통해 자율주행 AI의 학습·검증 속도를 높인다. 사진=현대차그룹


현재 포티투닷은 아이오닉5 기반 데이터 수집 차량 40여대를 주야간 운행하고 있으며 차량 한 대당 주당 80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차량에는 목적에 따라 카메라·라이다·레이더·초음파 센서를 탑재해 도로공사와 악천후, 급격한 차로 변경 등 다양한 상황을 수집한다. 정성균 포티투닷 아트리아그룹 GL은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5년 안에 글로벌 경쟁사의 누적 데이터 규모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의 양만 늘리는 것은 아니다. AI가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자동 선별하는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 신규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키는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실제 주행 환경을 3차원으로 재현해 위험 상황을 가상 검증하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을 적용한다. 주행 중 주요 이벤트를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레코더(SER)와 한국·미국 개발 거점의 시차를 활용해 24시간 개발을 이어가는 '팔로우 더 선' 체계도 가동하고 있다.

SER은 자율주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전후 15초 데이터를 자동 저장해 분석과 재학습으로 연결한다. 포티투닷은 비식별화와 어노테이션 등을 자동화하고 약 1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을 차량에서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최적화와 MLOps 체계도 구축했다.

개발 현장도 데이터 플라이휠에 맞춰 돌아간다. 포티투닷 비히클 워크샵에서는 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실제 도로에 투입하기 전 기능과 제어기 통신 상태 등을 확인하는 '스모크 테스트'를 진행한다. 아이오닉6 기반 SDV 테스트카 약 20대에는 카메라 8개와 레이더 1개,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와 조널 제어기가 탑재돼 자율주행과 차량용 OS, 플레오스 커넥트 등 각종 SDV 기술을 검증한다. 이와 별도로 아이오닉5 기반 데이터 수집차 약 40대가 실도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미 완성된 SDV 페이스카는 연말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에도 투입돼 레벨 4 기술 검증과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 확보에 활용될 예정이다.

포티투닷은 E2E와 함께 시각 인지와 언어적 사고, 행동 생성을 결합한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도 병행 개발한다. VLA는 언어 기반 추론을 통해 학습 데이터가 적은 롱테일 상황에 대응하고, 차량이 왜 특정 행동을 선택했는지 사용자에게 설명할 가능성도 높인다. 현재 VLM 기반 모델 학습과 주행 판단·경로 학습, 모델 경량화, 시뮬레이션 평가 등 기반 기술을 확보했으며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실차 테스트를 포함한 개발 프로세스를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이 향후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기술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해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율주행이 없는 자동차는 판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술을 빠르게 내놓는 것만을 목표로 완성도와 품질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