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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대출 신용평가 개편…금리 인하 대신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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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대출 신용평가 개편…금리 인하 대신 상승 우려

FICO 독점 깨고 밴티지스코어 도입…일부 대출금리 최대 0.2%포인트 높아져
지난 1월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신용평가시장 경쟁 확대에 나섰지만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대출받은 일부 차입자에게 오히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신용평가 점수와 새로운 점수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 평가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양대 주택금융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기존 FICO 신용점수 외에 밴티지스코어를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도입하면서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오랜 신용평가 체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신용평가업체 간 경쟁을 확대하면 주택담보대출 비용을 낮추고 주택 구매자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기 시장 분석에서는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으로 취급한 대출에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보험계리·금융컨설팅업체 밀리먼에 따르면 시범 운영 기간 비슷한 신용점수 구간의 차입자라도 밴티지스코어를 적용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FICO를 적용한 경우보다 최대 0.2%포인트 높았다.

WSJ는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는 대출 문턱을 낮추는 대신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3조달러 주택대출시장 FICO 독점에 도전

미국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FICO 신용점수는 수십 년 동안 대출 승인 여부와 금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FICO는 미국 신용평가기업 페어아이작이 개발한 신용점수 체계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약 13조달러(약 1경7316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FICO가 누려온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경쟁 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밴티지스코어는 미국 3대 신용정보회사인 에퀴팩스, 익스피리언, 트랜스유니언이 공동 설립한 신용평가업체의 점수 체계다.

FHFA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두 주택금융기관은 미국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대출 보증과 유동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기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빌 풀트 FHFA 청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년 사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주택 구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신용평가 경쟁 확대를 추진해 왔다.

풀트 청장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특정 업체의 승리에 관심이 없으며 FICO와 밴티지스코어가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변화 속에서 페어아이작의 주가는 올해 약 60% 하락했다.

◇대형 대출업체 잇따라 도입…4개월 새 대출액 급증

미국 주택담보대출업체들은 밴티지스코어 도입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풀트 청장은 지난 9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모든 대출기관이 밴티지스코어 4.0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최대 주택담보대출업체 로켓모기지는 기존 FICO 대신 밴티지스코어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홀세일모기지(UWM)는 두 신용점수를 모두 확인한 뒤 더 높은 점수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로 했다.

페니맥도 밴티지스코어를 사업 전반에 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대출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밀리먼에 따르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밴티지스코어 4.0을 활용한 대출 규모는 지난 4월 800만달러(약 107억원)에서 8월 약 40억달러(약 5조3280억원)로 급증했다.

금융전문지 인사이드모기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6개월 동안 두 기관이 유동화한 약 4000억달러(약 532조8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약 3%가 밴티지스코어와 연계돼 있었다.

기존에는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신용점수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용점수 동일 취급…부실 위험 평가 논란

문제는 FICO와 밴티지스코어가 서로 다른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FICO는 밴티지스코어보다 차입자의 신용이력을 엄격하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기존 FICO는 약 6개월의 신용이력을 요구하지만 밴티지스코어는 이보다 짧은 신용이력도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초기에는 미국 주택금융기관들도 이러한 차이를 인정했다.

지난 9월 초 공개된 대출가격 산정 기준에서는 밴티지스코어 720점을 FICO 700점과 유사한 수준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같은 달 말 풀트 청장은 이러한 차등 기준을 없애고 두 점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새로운 가격 산정 체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차입자의 두 신용점수 가운데 더 높은 점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로켓모기지의 빌 밴필드 최고사업책임자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두 신용점수를 모두 확인한 140만건의 신용보고서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로켓모기지가 실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에서는 밴티지스코어 4.0이 기존 FICO보다 평균 11~12점 높았다.

밴필드는 이 때문에 대다수 고객이 기존과 같거나 약간 유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두 점수가 동일한 채무불이행 위험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FICO와 밴티지스코어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용평가 전문가 존 울츠하이머는 두 점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화씨와 섭씨를 비교하는 일에 비유했다.

두 평가 체계에서 산출되는 점수가 반드시 같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FICO에 따르면 FICO 신용점수가 20점 하락하면 대출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40~50% 높아진다.

투자은행 TD코웬의 재럿 사이버그 애널리스트는 기존 대출가격 산정 체계가 위험을 정확하게 반영했다면 새로운 제도에서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위험에 대한 충분한 보상 없이 더 많은 신용위험을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택대출채권 투자자도 우려…금리 상승 가능성

주택담보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도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이 실제 대출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두 점수가 서로 다른 위험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은행 브린캐피털의 스콧 부크타 채권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위험평가 모델이 여전히 적절한지,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밀리먼의 시범 운영 분석에서는 비슷한 신용점수 구간에 속한 차입자라도 밴티지스코어를 이용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기존 FICO를 적용한 대출보다 최대 0.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두 평가 체계의 신용점수를 완전히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밀리먼의 조너선 글로워키 책임자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 관련 금융기관들이 위험도가 높은 차입자가 유리한 평가 방식을 선택하는 데 따른 부담을 상쇄하려면 대출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FHFA와 패니메이, 프레디맥은 이번 개편이 신용평가 체계를 현대화하고 대출 위험 예측 능력을 높여 더욱 안전하고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신용평가시장 경쟁 확대가 소비자의 대출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실제 대출금리를 낮출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특히 새로운 신용점수를 기존 점수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정책이 금융기관의 위험 평가와 대출금리 결정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