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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주가 이틀 새 19% 급락…AI 서버 매출 성장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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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주가 이틀 새 19% 급락…AI 서버 매출 성장에 의문

바클레이스, 델·HPE·넷앱 투자등급 동시 하향…메모리값 상승 효과 지적
기업 IT 예산 중 AI 비중 5% 불과…델 연간 매출 전망 상향에도 매도세
델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델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컴퓨터·서버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동안 급등했던 AI 하드웨어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특히 델의 매출 증가가 기업들의 AI 시스템 도입 확대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델 주가가 15일(이하 현지시각) 약 8% 하락해 전날 11% 급락에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16일 보도했다.

델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약 271% 상승한 상태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지고 금리 상승으로 차입을 통한 데이터센터 건설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압박받고 있다.

◇바클레이스 "기업 AI 투자 확대 효과 아직 제한적"

이번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투자등급 하향 조정이었다.

바클레이스는 14일 델과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넷앱에 대한 투자등급을 모두 기존 '비중 확대'에서 '동일 비중'으로 낮췄다.

델의 목표주가도 기존 603달러(약 80만3200원)에서 574달러(약 76만4600원)로 하향 조정했다.

더스트리트가 보도한 당시 델의 주가는 467달러(약 62만2000원) 수준이었다.

바클레이스가 문제 삼은 부분은 기업들의 AI 도입이 실제 하드웨어 구매 확대를 얼마나 이끌고 있느냐는 점이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용 AI 지출에서 아직 뚜렷한 전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버와 저장장치 업체들의 매출 증가가 기업의 AI 설비투자 확대보다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인상 효과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정보기술(IT) 예산의 약 5%만 AI에 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AI 관련 지출 가운데 하드웨어 구매에 사용되는 비중은 약 2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AI 도입을 확대하더라도 관련 지출이 모두 서버와 저장장치 구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매출 부풀렸나…성장 지속성 우려

바클레이스는 최근 기업용 하드웨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업체들이 높아진 부품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했고, 이에 따라 제품 판매액과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제품 판매량이나 기업의 AI 도입 수요 증가와 구분해야 하는 요인이다.

바클레이스는 기업들이 AI 도입 확대에 따라 하드웨어를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매출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할 경우 하드웨어 업체들의 매출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는 기업들의 IT 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을 이전보다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뿐 아니라 HPE와 넷앱의 주가가 함께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가 특정 기업을 넘어 서버·저장장치 분야 전반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장비 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과 별개로 단기간에 기업들의 AI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델 실적은 예상 웃돌아…연간 매출 전망 1920억달러

최근 주가 급락은 델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타났다.

델은 지난 9월 1일 발표한 2회계분기 실적에서 조정 주당순이익 7.04달러(약 9380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92달러(약 6550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증가한 469억7000만달러(약 62조56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인 449억2000만달러(약 59조8300억원)도 넘어섰다.

델은 실적 발표와 함께 연간 매출 전망을 기존 1650억~1690억달러(약 219조7800억~225조1080억원)에서 1920억달러(약 255조744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25.50달러(약 3만4000원)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전망치 상향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단순한 매출 증가 규모보다 성장의 원천과 지속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줄어들었을 때에도 기업용 AI 장비 판매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AI 투자 기대와 실질 수요 사이 괴리…하드웨어주 재평가

델은 올해 AI 서버와 관련 하드웨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기업들의 AI 활용이 늘어나는 속도와 이를 위해 실제로 서버·저장장치에 투자하는 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바클레이스의 이번 분석은 AI 기술 도입 확대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실적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더스트리트는 오픈AI의 매출 규모에 대한 우려와 금리 상승에 따른 데이터센터 자금조달 부담도 AI 인프라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의 주가는 최근 이틀 동안 약 19% 하락했지만 올해 누적 상승률은 여전히 270%를 웃돌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하락은 델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발표에 따른 것이 아니라 AI 투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가 실제 기업 지출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앞으로 메모리 가격 변동과 기업들의 AI 하드웨어 투자 규모가 델을 비롯한 서버·저장장치 제조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