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순간 확인하지 않으면 소통의 뒤안길에 머무는 듯한 삶의 행보를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의 실천이었다. 그 실천의 시간은 1주일, 나는 다시 페이스북을 클릭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손가락의 클릭 동작으로 말이다.
친구요청보다 더 클릭하여 열어보지 않는 것이 메모장이다. 메모장의 중심은 늘상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남녀 구분 없이 메모장을 남김)의 구태의연한 영어 문장에 식상한 지 오래다. 그래서 열어보기를 꺼리는 일 중의 하나다.
거의 1개월 만에 메모장을 열었다.
그런데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이하영’, 3학년 졸업반 학생 이름이다. 치열한 입시를 마무리하고 조금은 여유를 가질 만도 하다. 그런데 방학 중 읽을 도서목록을 찾고 있다니 반가움 그 자체였다.
‘아, 메시지를 열어보지 않았으면 실수할 뻔했구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하영이에요 ㅎㅎ 늦은 저녁에 죄송해요.. ㅠㅠ!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이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읽을 만한 책들 목록을 여범이네 집(http://cafe.daum.net/yeobeom) 카페에 올려 놓으신다고 하셨는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요 ㅠㅠㅠ 혹시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 메일(0000@naver.com)로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용?”
“하영아 방학 잘 지내지, 여범이네 집 초중고 필독도서방에 올려놓았다. 시간 내서 읽거라.”
“넵 선생님 감사합니다. 개학하고 뵈어요~.”
정말, 어찌 보면 아무 일도 아닌 사소한 메모 하나와 나의 답변이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한 학생의 짧은 방학이 알차게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하니, 내 자신도 행복하고 무엇인가 도움을 준 것 같아 홀가분했다.
그렇다. 삶이란 정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방학이라고 아이들과 선생님의 만남은 조금 뜸해지겠지만, 소통의 시대다. 아이들은 메일로, 홈피 방문으로 페북으로 카톡이나 밴드와 같은 다른 소통 방법으로 궁금증도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이 꿈과 희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소통의 현장에 적극 참여하는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많은 선생님들이 시도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블로그나, 카페, 밴드, 페북 등의 소통 방법을 통해, 이 시대의 교육을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가고 싶은 학교를 위해 노력하자.
넘치지 않는 소통, 그 속에서 아이들과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 본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