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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29)] 소통, 그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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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29)] 소통, 그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 소통의 대명사 페이스북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학기 중에는 아이들과의 소통의 장소였던 페북. 방학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이렇게 저렇게 많은 시간 문을 닫고 있었다.

매일 매순간 확인하지 않으면 소통의 뒤안길에 머무는 듯한 삶의 행보를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의 실천이었다. 그 실천의 시간은 1주일, 나는 다시 페이스북을 클릭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손가락의 클릭 동작으로 말이다.
‘좋아요’를 클릭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이 나에게 주어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친구요청과 메모장을 먼저 확인했다. 친구요청은 외국인이 대다수다. 페이스북의 특성 중 하나가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친구요청이 많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그들의 정보를 눈팅하고 보류하는 쪽으로 마무리한다.

친구요청보다 더 클릭하여 열어보지 않는 것이 메모장이다. 메모장의 중심은 늘상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남녀 구분 없이 메모장을 남김)의 구태의연한 영어 문장에 식상한 지 오래다. 그래서 열어보기를 꺼리는 일 중의 하나다.

거의 1개월 만에 메모장을 열었다.

그런데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이하영’, 3학년 졸업반 학생 이름이다. 치열한 입시를 마무리하고 조금은 여유를 가질 만도 하다. 그런데 방학 중 읽을 도서목록을 찾고 있다니 반가움 그 자체였다.

‘아, 메시지를 열어보지 않았으면 실수할 뻔했구나’

▲독서목록을요청한이하영학생
▲독서목록을요청한이하영학생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하영이에요 ㅎㅎ 늦은 저녁에 죄송해요.. ㅠㅠ!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이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읽을 만한 책들 목록을 여범이네 집(http://cafe.daum.net/yeobeom) 카페에 올려 놓으신다고 하셨는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요 ㅠㅠㅠ 혹시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 메일(0000@naver.com)로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용?”
아이들과 소통하는 많은 SNS 중에 페북도 하나임을 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다양한 매체로 나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데, 나의 게으름이 그 소통에 방어벽을 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다행하게도 아이가 원하는 답을 메모장에 남겼다.

“하영아 방학 잘 지내지, 여범이네 집 초중고 필독도서방에 올려놓았다. 시간 내서 읽거라.”

“넵 선생님 감사합니다. 개학하고 뵈어요~.”

정말, 어찌 보면 아무 일도 아닌 사소한 메모 하나와 나의 답변이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한 학생의 짧은 방학이 알차게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하니, 내 자신도 행복하고 무엇인가 도움을 준 것 같아 홀가분했다.

그렇다. 삶이란 정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방학이라고 아이들과 선생님의 만남은 조금 뜸해지겠지만, 소통의 시대다. 아이들은 메일로, 홈피 방문으로 페북으로 카톡이나 밴드와 같은 다른 소통 방법으로 궁금증도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이 꿈과 희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소통의 현장에 적극 참여하는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많은 선생님들이 시도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블로그나, 카페, 밴드, 페북 등의 소통 방법을 통해, 이 시대의 교육을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가고 싶은 학교를 위해 노력하자.

넘치지 않는 소통, 그 속에서 아이들과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 본다.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