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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대국 꿈꾸는 중국… 글로벌 車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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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대국 꿈꾸는 중국… 글로벌 車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중국,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 급부상
강력한 ‘신에너지 차량 규제’ 도입… ‘세계의 시장’ 자리매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이 이번엔 전기자동차(EV)를 비롯한 친환경차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친환경차 강국 일본은 이미 중국에 밀려 3위로 추락했고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위로 밀려났다. 특히 중국이 내년부터 보조금을 줄이고 완성차 업체에 일정 비율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판매를 의무화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이 이번엔 전기자동차(EV)를 비롯한 친환경차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친환경차 강국 일본은 이미 중국에 밀려 3위로 추락했고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위로 밀려났다. 특히 중국이 내년부터 보조금을 줄이고 완성차 업체에 일정 비율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판매를 의무화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친환경차를 전략성장사업으로 삼고 국가 차원에서 전기자동차(EV)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생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을 처음으로 누르고 전기차 보급률 1위 국가로도 선정됐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 87만3000대 가운데 43%인 37만5000대를 생산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합한 수치다.
보고서는 중국의 전기차 생산이 2015년보다 3%나 늘어난 이유로 중국 정부가 연료 수입을 줄이고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등으로 현지 업체를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는 물론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모터 같은 부품 생산에서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어 전 세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 일본, 중국에 밀려 3위 추락

친환경차 강국 일본은 중국에 전기차 국가 경쟁력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최근 중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등신기차(騰訊汽車)는 독일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와 자동차 연구기관 fka가 공동 조사한 결과 전기차(EV·PHEV 포함) 국가 경쟁력에서 2분기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서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대수는 지난해 중국이 65만대로 미국의 56만대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1위였던 일본은 2위 미국과 3위 독일에 밀리며 톱3에도 들지 못했다.

통계를 보면 일본과 중국의 차이는 더 확연하다. 일본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판매대수는 2012년 이후 3만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12년 약 1만2000대에서 2016년에는 약 33만대로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단기간에 전기차 강국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소비자는 감세 혜택을, 제조사는 보조금을 받는 정부의 지원정책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등록이 제한되고 있는 대도시에서도 전기차 등록은 우선시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료도로와 주차장 요금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면 일본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보다 모터와 가솔린엔진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면서 중국과의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이 내년에 도입 예정인 신에너지 차량 규제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수립해 일본의 자동차 산업 우위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에너지 차량에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이브리드카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 중국, 강력한 ‘신에너지 차량 규제’ 도입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보조금을 줄이고 신에너지 차량 비중을 의무화하는 ‘신에너지 차량 규제’를 도입한다. 이 규정은 중국 내 사업 규모에 따라 완성차 업체에 반드시 일정 비율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판매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차량 개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추진 중인 ZEV(Zero Emission Vehicle. 탄소무배출 차량) 제도와 비슷하다. 일본 기업의 주력인 하이브리드카는 엔진을 사용하므로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달 공업정보화부(MIIT)는 연간 신차판매량 중 2018년까지 8%, 2019년 10%, 2020년에는 12% 이상을 신에너지 차로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에 적용되던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2020년까지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어 불량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중국, 더 이상 ‘세계의 공장’ 아니다

최근 중국이 미국보다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가 다국적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3년(2017~2019년)간 가장 선호하는 투자 국가’를 조사한 결과 미국이 40%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36%로 미국에 이어 2위였다.

조사 임원들은 중국 내 정치·경제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외국 기업 규제 및 경쟁 심화·경제 성장세 둔화 등이 투자자들의 중국 유입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중국이 이미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하고 싼 노동력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해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막을 내리고 소비 확대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공장’으로 치부하던 일본 자동차 업계는 자신들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엔진 노하우를 살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시장’이 된 중국은 내연기관 차를 버리고 순수 전기차로 노선 전환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신에너지 차량 규제에서 하이브리트카를 배제한 이유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처에 널린 전자부품업체를 이용해 모터에 100여개의 부품을 사용하는 순수 전기차를 생산해 일본에 대한 자동차 시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유야 어쨌든 중국 MIIT는 중국 진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닛산은 NEC와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술·기업이 없으면 세계 전기차 산업이 명맥을 이어갈 수 없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이 스마트폰 배터리 전자부품 등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최종 제품 시장점유율을 놓고 보면 애플과 화웨이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며 “스마트폰 실패를 반복 말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시장이 중국 시장 뒷받침 없이는 실적 개선이 어려우니 강화된 규제에 맞춰 중국 패러다임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신에너지 차량 규제 도입 후 정부의 보조금 삭감과 의무생산제도가 겹치면 중국의 전기차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전기차 업계 개편이 결국 중국 신에너지 차 시장 성장세를 이끌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