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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SK텔레콤 ‘T맵x누구’서비스…‘골드버그 장치’(속빈 강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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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SK텔레콤 ‘T맵x누구’서비스…‘골드버그 장치’(속빈 강정) 우려

SKT 직원이 직접 누구를 시연하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SKT 직원이 직접 누구를 시연하는 모습.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골드버그 장치라는 말이 있다. 생김새나 작동원리는 아주 복잡하고 거창한데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한 기계를 일컫는 말로, 우리식 표현으로는 ‘속빈 강정’과 비슷하다.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누구’는 아직까지는 인간의 동반자라기 보다는 골드버그 장치에 가까워 보인다.

SK텔레콤은 7일 네비게이션 서비스 ‘T맵’에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탑재한 ‘T맵x누구(T map x NUGU)’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기기 ‘누구’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8월 ‘누구’를 소형화해 이동성을 강화한 ‘누구 미니’로 AI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번 T맵 누구 탑재로 ▲실내-누구 ▲이동중-T맵X누구 ▲야외-누구미니라는 AI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이 'T맵x누구(T map x NUGU)'를 소개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이 'T맵x누구(T map x NUGU)'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호 SKT AI사업단장은 “T맵은 240만 운전자가 하루 62분씩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서비스”이라며 “월 1000만명이 사용하는 T맵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연락을 해서 휴대폰 때문에 교통사고 나는 비율이 적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T맵에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발생하는 위험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맵은 지난해 7월 타 통신사 사용자들에게 유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이용자 몰이에 나섰다. 8월달 기준 월 사용자(AMAU, Average Monthly Active User)가 1014만명에 달하며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의 약 68%를 점유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T맵 사용자 중 23%이 KT, LG 유플러스 등 타사 고객이다.

SK텔레콤 장교희 AI서비스본부장과 이해열 T맵사업본부장, 이상호 AI사업단장, 박명순 AI사업본부장, 이현아 AI기술본부장(왼쪽부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 장교희 AI서비스본부장과 이해열 T맵사업본부장, 이상호 AI사업단장, 박명순 AI사업본부장, 이현아 AI기술본부장(왼쪽부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맵x누구…창문 열어도, 사투리도 안 돼


SK텔레콤은 T맵X누구가 머신러닝을 통해 음성 인식 성공률을 96%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 7월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SK텔레콤이 자체 실시한 테스트에서 나왔다. 12명이 8400개의 발화를 해서 40km/h에선 96.3%, 80km/h 이상에선 92.5%의 음성 인식을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다소 부풀려진 감이 있다.
해당 테스트는 창문을 모두 닫은 채 진행돼 실제 주행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이 단장은 “창문을 열고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인식률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테스트에 참가한 인원수가 12명인 것도 수치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모집단인 대한민국 국민에 비해 표본수가 지나치게 작기 때문. 개개인마다 다른 운전 중 언어습관을 누구가 학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누구는 사투리 단어를 인식하지 못한다. ‘어디로 가줄래’는 가능하지만 ‘저짝으로 가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T맵X누구는 수도권에 편중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사투리의 억양은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맵x누구의 주요 기능. 이미지 확대보기
T맵x누구의 주요 기능.

◇날씨, 뉴스… 굳이 AI까지 필요한가?


T맵x누구는 기존 경로 안내 기능 외에 날씨‧뉴스‧라디오‧운세‧프로야구 결과 검색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객들이 얼마나 이들 기능을 반길지는 미지수다.

운전 중 누구를 작동시키려면 ‘호출어(wakeup call)’을 불러 AI를 켜고 누구에게 묻고 안내를 요청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속도면에서 아직까진 사람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느리기 십상이다. UX(유저 경험) 관점에서는 단계가 적을수록 양질의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목표까지 도달하는 단계가 많을수록 이용률이 떨어진다. T맵X누구가 ‘골드버그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감성대화도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사랑해”라고 물어보면 “저도 사랑해요”라고 대답하는 정도다. 누구가 단순 기계를 넘어 인공지능 비서로 거듭나기 위해선 감성 대화에 대한 추가적인 딥러닝이 필요해 보인다.

음악 감상의 경우 한 곡을 지정하거나 가을 음악이나 여행 음악과 같이 특정 테마를 지정할 수도 있고, 최신곡 Top10과 같이 랭킹을 묶어서 들려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고민하기 힘든 바쁜 현대인에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멜론과 제휴를 맺어 음원을 서비스한다.

SK텔레콤은 오는 11월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T맵 사용 중 걸려 온 전화를 음성명령으로 수신하거나 “운전 중” 문자 송부, 도착 예정시간 문자 송부 등을 선택하게 하는 신규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은 오는 11월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T맵 사용 중 걸려 온 전화를 음성명령으로 수신하거나 “운전 중” 문자 송부, 도착 예정시간 문자 송부 등을 선택하게 하는 신규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한계는 분명…가능성은 충분


T맵x누구는 아직 한계가 분명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SK텔레콤은 오는 11월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T맵 사용 중 걸려 온 전화를 음성명령으로 수신하거나 “운전 중” 문자 송부, 도착 예정시간 문자 송부 등을 선택하게 하는 신규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 중에는 누구 오픈 플랫폼을 런칭해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누구 API 등을 개방해 실제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누구를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개방한다.

T맵x누구 서비스 계획. 기종별로 업데이트 가능 날짜가 상이하다.이미지 확대보기
T맵x누구 서비스 계획. 기종별로 업데이트 가능 날짜가 상이하다.


T맵의 일일 평균 사용자가 24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이용자가 2건씩만 음성명령을 이용해도 매일 인공지능이 학습 가능한 데이터가 480만 건에 달한다. 누구는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용자 참여를 통해 점점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임베디드 디스플레이와 주행보조서비스(ADAS)에서 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T맵x누구 업데이트는 7일 삼성 갤럭시 S7, S7엣지 이용자들에게 먼저 적용된다. 오는 15일까지 순차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 모델로 확대된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10월부터 T맵x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